잼버리 폭염 ‘안전 우려’ 총력 대응 나선 정부·여당
한 총리, 임시국무회의서 예비비 69억 의결
현장 찾아 “지금부터 중앙정부가 나서 책임”
당정 “안전에 필요한 사항 즉각 개선 조치”
추가 쿨링텐트, 매일 10만명분 얼음물 제공
정부가 4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안전을 위해 예비비 69억원을 긴급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폭염 속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며 대회 운영을 둘러싼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잼버리 지원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의결했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임시국무회의 직후 지출안을 재가했다.
한 총리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에 의결되는 예비비 등을 즉각 집행해 잼버리 현장에서 온열 환자를 예방하고, 식사와 시설, 위생, 안전 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가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잼버리 기간 중에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이지만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며 “폭염으로부터 안전하게 잼버리 활동을 마칠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임시국무회의를 마치고 오후에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현장을 방문해 지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한 총리는 내외신 기자들이 있는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찾아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마지막 한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의 전세계 가족 여러분들께서는 대한민국 정부를 믿고 안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한 총리 주재 임시국무회의 긴급 개최는 윤 대통령 지시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부와 당정 긴급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회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당정은 기존 대책 외에 온열 환자 식사, 시설, 위생, 안전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냉방을 보장하기 위해 전기 공급용량을 늘리고 쿨링 텐트·버스를 신규 공급한다. 추가 의료 인력과 물자를 즉시 투입해 온열 질환자 발생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양질의 식사를 제공받고 깨끗한 화장실·샤워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과 물자를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간식 공급을 늘리고 매일 10만명 내외분의 얼음물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각 나라 공관과 외신에 상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주한 외교공관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우려사항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이날 오영주 2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는 24시간 체제로 가동된다. 외교부는 이날 23개 주한 외교공관에 브리핑한 데 이어 다음주 중 추가 브리핑을 진행한다.
윤 원내대표는 “일부 참가국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고 각국 참가자 가족들까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항의하고 있는 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잼버리가 그들(청소년 참가자들)에게 잊고 싶은 기억이 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 속 대회 부실 운영 문제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총력 지원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회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 등 관계기관의 대응만으로는 부족하다 보고 범부처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까지 지원에 나섰다.
야당은 이날 정부의 안전 조치를 촉구하며 대회 중단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청소년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신속한 응급의료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관련되는 모든 부처와 조직위원회가 비상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3대 안전 조치를 강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며 “대회 기간을 축소할 것인지, 나아가 중단할 것인지도 비상하게 검토하면서 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직 전체일정이 10일 가까이 남은 상황이니만큼 정부와 조직위의 더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 활동부터 촉구한다”며 “지금이라도 현장의 상황과 요구에 민감한 대응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잼버리 중단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각에서 안전을 위해 행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라며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를 개선하면서 행사를 차질 없이 안전하게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는 “일정을 줄이고 말고는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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