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원조격 일본...사형 등 강력처벌로 대응
취업빙하기 등에 히키코모리 증가가 요인
2008년 리먼쇼크 전후 급증 하기도
지난해 아키하바라 사건 사형수 집행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위해를 가하는 범죄사건을 일본에서는 ‘토오리마(通り魔) 사건’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부터 늘기 시작한 일본의 묻지마 범죄는 이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매년 평균 3~4건씩 발생한 묻지마 범죄 건수는 지난 2021년 부터 2022년 초반까지 15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1980년대 발생한 주요사건으로는 1981년 도쿄에서 4명의 사망자와 2명의 부상자를 낸 후카가와 칼부림 사건,1999년 도쿄 이케부쿠로 번화가에서 칼부림으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한 사건 등이 있다. 이케부쿠로 사건 불과 20여일 뒤에는 모방 범죄로 시모노세키에서 5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를 낳은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1년 오사카에서는 초등학교에 흉기를 든 괴한이 난입해 학생 8명을 살해하고 교원 등 15명을 부상입힌 사건이 있었고,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트럭 돌진후 무차별 살상으로 7명의 사망자와 10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있었다. 2021년에는 지하철에서 일어난 칼부림으로 10여명의 승객이 다치는 사건만 3건이나 발생했고 올해 5월 나가노현에서는 흉기와 총에 주민과 경찰관 등 4명이 희생됐다.
일본 법무성 조사에 따르면, 묻지마 사건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가족, 친구 등 인간 관계가 거의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 △직업이 없거나 직업이 있어도 불안정해 경제적으로 곤란△주거를 자주 옮기는 등 주거상태가 불안정한 특징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이같은 범죄가 빈발하는 배경으로는 거품붕괴 이후 불어닥친 장기 불황 여파로 1990년대 취업 빙하기때 일정 직업이 없는 ‘잃어버린 세대’가 양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잃어버린 세대들은 취업 실패 이후 상당수가 프리터(프리+아르바이터 합성어) 등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중 상당수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생활하고 있는데, 일본내각부는 일본에서 나이 불문 전체 히키코모리 숫자를 최소 1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실업자가 양산되자 묻지마 범죄 건수는 13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기도 했다.
일본은 반복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일 도쿄사법당국은 2021년 지하철에서 승객 1명을 흉기로 찌르고 불을 질러 12명을 다치게한 혐의로 기소된 원고에게 징역 23년형을 선고했다. 사형집행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7월 26일 도쿄 아키하바라 사건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021년 12월에도 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중이던 기결수 3명을 처형했다.
지난해 사형 집행후 유럽국가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자 일본 정부는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 사이토 겐 일본 법무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형제)폐지는 적절하지 않다” 며 “ “매우 중대한 흉악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사형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일본 여론도 유지의 주된 배경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도 총기를 난사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9년 동안 미국에서 최소 4명이 부상하거나 사망한 총기 난사사건이 약 4000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3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647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이 중 21건은 다섯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뉴욕타임즈(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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