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사건' 말고도 고통 겪었다…서이초 교사 절반이 "교권침해 경험"
지난달 교내에서 숨진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생전 알려진 '연필사건' 외에도 다른 학생들의 문제 행동으로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학부모 전화와 과도한 업무량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지신의 이마를 그어서 상처가 생긴 이른바 '연필 사건'이 발생했다. 합동조사단은 이 사건 발생 당일 A학생의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했고,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숨진 교사의 동료 증언에 따르면 '부재중 전화가 엄청 걸려왔다', '통화에서 학부모가 엄청 화를 냈다' 등과 같은 고충을 고인이 토로한 바 있어 학부모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합동조사단은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와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 차관은 "지난달 12~13일 양일간 연필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걸로 나온다"면서도 "(고인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학부모가) 어떻게 파악했는지, 또 (사건이) 원만하게 처리된 이후에 어떤 민원이나 불만이 있었는지에 대한 부분은 휴대전화와 업무용 PC, 학급일지 등 개인의 기록이 수사당국에 가 있어 지난달 14일 이후 어떤 추가적인 민원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필사건 학생 2명 외에도 고인이 학기 초부터 다른 문제행동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어온 정황도 확인됐다. 장 차관은 "교사들 증언에 따르면 학급에서 화를 내고 막말하는 '가' 학생에 대해 (고인이) 얘기했던 점이 많이 나왔고 교감선생님이 심리검사나 상담을 권유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며 "'나'학생은 가위질하다가 난동을 부린 적이 있고 2∼3일에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등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숨진 교사가 '나' 학생의 학부모에게 연락을 했지만, 상담에는 오지 않으며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럴까요'라는 반응을 했다고 동료 교사들이 진술했다.
교사들은 정서불안이나 품행장애 등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과밀학급 문제와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막말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 출결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학급당 학생 수 제한 △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로 신고 △아동학대방지법 개정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학부모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장 차관은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대응시스템과 교권침해 부분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있고, 별도의 민원처리반 구성에 대한 제언도 해주고 있다"며 "비단 서이초뿐 아니라 민원처리시스템이 학교별로 맡겨져 있기 때문에 표준화된 모델을 주면서 학교 여건에 맞게 선택을 하거나 그 상황에 맞게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대안도 제시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줄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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