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역경 처할 수 있다” 국정감사·시민사회 거듭 경고에도 안일했던 정부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잼버리대회의 준비 미흡이 지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잼버리대회 준비 상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처의 장관과 책임자가 혼선이 있는 조건에서 이 행사가 제대로 되겠나”라고 물었다. 당시 여가부 폐지 논란으로 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김 장관은 “물론이다.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이다.
지난해 8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 대회(잼버리 사전준비대회)가 취소된 이유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김 장관이 “(취소 이유는) 코로나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이 위원은 “그건 표면적 이유다. PPT를 보면 지난 8월 첫째 주, 둘째 주에 잼버리대회 예정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보고 안 받으셨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폭염·폭우 대책과 해충 방역·감염 대책, 또 세계적인 대회라 관광객들도 많이 올 텐데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프로그램을 점검해야 된다”면서 “8월 기준 기반시설 공정률 37%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바라보고 있는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으니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했다. 김 장관은 “저희가 태풍·폭염에 대한 대책 다 세워 놓아서 의원님께 보고 드리겠다”고 했다.
대회 개최 한 달 전에도 시민사회에서 “폭염·폭우 대책이 미흡해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6월29일 전북CBS 라디오방송 ‘전북의 오늘’에 출연해 “폭염과 관련해서 조직위에서는 넝쿨 그늘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서 “충분한 의료인력이 모집돼야 하는데 2019년 미국에서 진행된 잼버리와 비교했을 때 기후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개최함에도 의료 수요를 소극적으로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또 “배수시설 공사가 90% 정도 진행됐지만 현재로서는 침수 문제 해결이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안전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체 부지 마련 등 ‘플랜B’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최고기온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잼버리 행사가 진행되자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행사에는 4만3000여명이 참가했으나 주최 측이 준비한 병상은 50여 개에 불과했다. 폭염 대책도 덩굴 터널과 수도 시설 정도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샤워실과 탈의실 등 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난 1일부터 이틀간 5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자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는 150개 병상을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3일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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