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양호하다" 평가한 경남은행

"효과적으로 설계"…횡령 15년간 몰랐다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15년간 이뤄진 거액의 횡령 사고를 놓쳤던 경남은행이 자체 내부통제시스템이 양호하게 작동한다고 평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남은행 감사위원회는 2020년과 2021년 내부통제시스템 적정성 평가에서 종합평가등급을 2등급으로 평가했다.

경남은행 감사위원회는 "위험요소의 적당한 인식 및 관련 위험통제시스템 작동 여부 등을 포함한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절한 작동 여부를 평가했다"며 "전반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은 양호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중요성의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설계돼 운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의 BNK경남은행 본점 모습. [사진=BNK경남은행]

그러나 자체 평가와 달리 내부통제시스템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남은행은 내부검사를 통해 적발했다고 주장하지만, 횡령을 감지한 건 검찰의 수사가 시작하고 난 뒤다.

실제 경남은행이 횡령 직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을 담당하는 A씨의 수상함을 감지한 건 지난 4월 검찰로부터 A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 나서다.

경남은행은 뒤늦은 자체 검사에서도 내부통제시스템 부실을 보여줬다. 경남은행은 7월께야 A씨의 횡령 혐의를 적발했는데 애초 경남은행이 파악한 횡령 금액은 77억9천만원이었다. 횡령 기간도 2016년 8월 19일부터 지난해 7월 13일까지로 파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현장점검에서 A씨가 2007년 12월부터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경남은행은 A씨가 해당 부서에 근무한 기간이 긴 만큼 거래 명세가 많아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금융권에선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며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사고에 선제 대응하겠다던 다짐도 무색해졌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10차 감사위원회에서 올해 검사 운영 방향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 대응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검사 강화'로 설정하고 연간 검사 업무계획에 담았다.

경남은행은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시스템 전반을 디테일하게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다.

준법감시 전문 인력을 보강해 상시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내부고발 포상금제 등 인적 감시기능을 보완할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경남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도 실시하는 등 고강도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