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흉기난동' 지목된 강남·잠실역 '긴장감'…"지하철 못 타겠어요"

흉기 난동 예고에 강남·잠실역 일대 경찰 배치…시민들 "바깥에 못 나오겠다'
약속 장소 변경하고 지하철 이용 포기하는 시민도…경찰 "특별치안활동 선포"

4일 오전 강남역 10번출구 앞. 시민들이 지하철 이용을 위해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어제 서현역 사건도 충격이었는데, 강남역에서도 그런 협박글이 올라오다니 너무 충격이에요. 불안해서 바깥에 나오지도 못할 거 같네요"

4일 오전 9시. 2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평소처럼 강남역 2호선 개찰구를 나섰다.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출근길이지만, 전날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마음 한편엔 불안감이 자리했다. 더구나 사건 이후 "강남역에서도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도 올라온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초조했다. 이른바 '불금'을 맞아 강남역에서 지인과 저녁 자리를 할 예정이었는데, 장소를 옮길까 고민 중이다.

김 씨는 "어제 지인이 서현역에 있었는데, 역을 떠난 직후에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며 "방금 강남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까지 접하니 더 불안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 서현역 AK플라자에서 20대 남성이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자동차를 타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들을 치었고, 이후 차에서 내려 쇼핑몰로 이동한 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 일로 14명이 다쳤으며 2명은 위독한 상태다.

서현역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잇따라 △강남역 △논현동 일대 △잠실역 △한티역 △부산 서면 등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 각 지방 경찰청은 현재 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이날도 흉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날 오전엔 대전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찌르고 도주한 20대가 검거됐으며,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로 자해를 시도한 20대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난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독자 제공)

흉기 난동글 작성자의 범행 장소로 지목된 강남역은 이날 오전 내내 삼엄한 분위기였다. 2인 1조로 구성된 경찰관이 수시로 지하상가 순찰을 돌기도 했으며, 지상에도 경찰차가 대기 중이었다. 인터뷰 요청엔 몇몇 시민은 듣지 못한 척하며 걸음을 재촉하거나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지하상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그런 소식(흉기난동 예고글)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계속 경찰이 돌아다녀서 왜 그런가 싶었다"고 말했다.

강남역과 함께 범행 장소로 지목된 잠실역도 삼엄하긴 마찬가지였다. 아이의 손을 잡아 끌며 걸음을 재촉하는 등 빠르게 잠실역을 벗어나려는 시민들이 다수였다. 잠실역 인근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 김모씨(34·남)은 "덩치가 큰 남자라고는 하지만 흉기를 들고 달려오면 도리가 없다"며 "잠실역같이 인구가 밀도가 높은 곳은 오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에서 자해 소동을 벌인 남성이 체포된 이후에는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 진압봉을 든 경찰관이 10~15명가량 현장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고, 상가 자체 보안요원도 입구에 배치됐다.

일부 시민은 아예 지하철 이용을 포기하기도 했다. 잠실역 인근 주민 한 모 씨(33·여)는 "집과 5분 거리에 잠실역이 있는데, 어제 서현역 사건부터 오늘 이곳저곳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글이 있어 택시를 타려 한다"고 말했다.

잇단 묻지마 범죄에 경찰은 이날부터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하며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흉기 난동자에 대해선 총기 등 물리력을 적극 사용하고, 이상 행동자에 대해선 선별적인 검문·검색에 나선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