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서초구 교사를 보호하지 못했다···“제도적 체계 잡아야”
교육 당국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원 보호 장치가 미흡했다고 4일 밝혔다. 학교는 A씨가 숨진 후 낸 입장문에서 사안 관련 내용을 일부 빠뜨렸다. 전반적인 교육환경 실태와 학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A씨가 문제행동 학생들 때문에 힘들어하자 “학부모에게 상담을 권유하라” 등의 조언을 했다. 이른바 ‘연필 사건’에 관해서는 학부모 간 만남을 주선하라고 권유했다.
A씨의 고충은 학기 초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현행 교원 보호 시스템은 되려 교사 개인의 부담을 키웠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현재 시스템상 (문제행동 학생에게) 별도의 개별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해당 학교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학교 현장의 민원, 교권 보호 등에 대해 제도적으로 체계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해당 학교가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연필 사건’이 서울시교육청의 요구로 빠졌다고 설명했다. ‘연필 사건’은 A씨가 맡은 학급에서 B학생이 자신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는 C학생의 연필을 뺏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난 사건이다. 해당 학교는 지난달 20일 낸 입장문 초안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학교의 지원 하에 다음날 마무리됐다”고 했으나 최종본에서 삭제했다. 함영기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최종안 발표 직전에 일부 언론에서 ‘고인이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시달림을 당했다’는 내용이 보도돼 종합적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당시 입장문에서 ‘해당 학급에서는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 결과, 신고가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으나 학생 간 갈등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씨의 유족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왜 사회초년생인 젊은 교사가 근무하다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학교폭력 사안은 신고되지 않았더라도 발생한 갈등의 경우를 통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는 4일 논평에서 “결코 구성원의 죽음 앞에 소속 기관과 그 장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학교가 적절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교원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졌는지 확인해 봐야만 한다”고 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인터넷에 떠돌던 각종 의혹에 대해 인정하거나, 부정하거나, 알 수 없어서 경찰 수사로 넘긴다는 것이 전부”라며 “2주간의 조사 일지라도 공개하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발표에는 악성민원의 내용도, 교권 침해의 내용도 없다”며 “이것이 연일 뙤약볕에 모인 수만 명 넘는 교사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한 답인가”라고 되물었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8041100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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