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특검의 몰락’ 박영수···“다툼 여지 있다”던 법원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 왜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을 수사하며 ‘가장 성공한 특검’으로 불린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에 착수한 지 1년10개월 만에,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 전 특검의 신병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6월 검찰의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박 전 특검의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은 이번에는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며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박 전 특검의 혐의에 딸과의 공모 범행을 추가한 것과, 박 전 특검이 수수한 5억원에 대한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한 것이 주요한 구속 사유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감사위원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우리은행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8억원은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3억원과 같은 해 3∼4월 무렵 우리은행의 여신의향서 발급에 대한 청탁 대가로 받은 5억원으로 나뉜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 한 달간 보강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앞선 5억원에 대한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3~4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억원을 받고 50억원을 약속받았다고 본다.

이번 영장 청구에는 딸과의 공모 범행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으로 있던 2019년 9월~2021년 2월 딸과 공모해 민간업자들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추가했다. 2016년 화천대유에 입사한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렸다.

증거인멸 정황이 명시된 것도 구속 사유에 참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2월 정치권에서 ‘50억 클럽 특검론’이 제기되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혐의를 받는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특검의 신병 확보를 계기로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 전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적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에서 진행하고 있는 곽상도 전 의원과 그의 아들 병채씨에 대한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방식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