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잼버리 연다며 새만금신공항 예타 면제받고는 첫 삽도 못 떴다
새만금신공항 예타 면제 요청…대회 시작 전 개항 구상
2019년 1월 예타 면제 받았지만,
잼버리 끝난 뒤에야 시공사 선정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새만금에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전북도는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새만금에 신공항을 짓겠다며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받아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은 세계잼버리 개최 전 공항 운영 시작이었는데, 이번 세계잼버리가 시작한 지난 1일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송하진 전 전북지사, 2019년 1월 예타 면제 후 “신공항 4년 안에 마무리”
4일 전북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전북 군산에 새만금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조달청은 올해 3월 9일 5777억7000만원 규모의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2028년까지 총 사업비 8077억원이 투입된다. 공항 건설공사는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이동하는 에어 사이드(air side)와 터미널 등 승객이 이용하는 랜드 사이드(land side)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에 발주한 사업은 에어 사이드 공사에 해당한다.
이제서야 새만금 신공항 첫 삽을 뜨겠다는 공고가 올라온 셈이다. 그러나 원래 구상대로면 이번 세계잼버리에 참가하는 154개국 4만3000여 스카우트 대원은 새만금국제공항으로 도착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타를 면제할 23개 재정사업을 발표하고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약했던 김천~거제(172㎞) 구간 남부내륙철도가 이때 예타가 면제됐고, 군산공항을 서쪽으로 1.3㎞ 떨어진 새만금으로 확장 이전하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도 포함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같은 해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타 면제 대상 사업 선정 기준을 묻자 “공공 인프라 사업들은 우선순위를 정해서 광역별로 1건 정도 선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속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2018년 12월 지자체별로 예타 면제 사업 신청을 받았고, 전북은 새만금국제공항과 상용차 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사업을 신청했다.
전북도는 2018년 말부터 정부에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 예타 면제를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오고 있었다.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는 2018년 12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해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개최였다.
송 전 지사는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예타를 면제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부지가 모두 국유지여서 보상 등을 둘러싼 어려움이 없는 만큼 4년 안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올해 세계잼버리가 개막하기 전까지 공항 문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송 전 지사는 전북도가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2017년 8월에도 “새만금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예타를 면제하자,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김윤덕(전북 전주갑)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새만금 세계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은 세계잼버리 개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는 “항공 교통의 불편으로 전 세계인들이 새만금을 찾아오기 쉽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에 힘입어 세계잼버리 준비위원회는 성공한 세계잼버리를 만들어 전북도와 새만금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만금국제공항은 2020년 7월에야 기본계획 용역에 들어갔고,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2024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하고 2029년 개항하는 게 목표다. 입찰 결과를 공개하고 시공업체 선정은 오는 17일 이뤄진다. 세계잼버리 종료 5일 후다.
◇전북연구원 “부지 매립·기반시설 조성 2020년까지”…작년 말에야 완료
행사를 유치하고서는 부지 매립을 지나치게 늦게 마쳤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장은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립한 신생 토지로, 원래는 갯벌이었다. 행안부는 지난 4월에서야 이 부지 관할 지자체를 인근 군산시나 김제시가 아닌 부안군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매립지 용도 확정과 지적공부 등록은 세계잼버리 대회가 끝난 다음에나 이뤄지고, 부안군은 이 땅에 임시 주소를 부여한 상태다.
부지 매립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주장은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직후부터 나왔다. 전북연구원은 전북도가 2017년 8월 16일 세계잼버리를 유치하자 9일 후 펴낸 ‘2023 세계잼버리 유치 효과와 추진방향’ 보고서에서 “야영지인 새만금 관광레저 1지구(9.9㎢)에 우선적으로 공공주도 매립을 통한 부지 확보와 전기·수도·하수시설 등의 기반시설 조성이 필요하다”며 “매립 및 기반시설 조성 시기는 시범운영 및 프레잼버리(세계잼버리 예비행사) 개최 등을 고려할 때 2020년까지 완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0년이 되어서야 매립 공사가 시작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8월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를 2주 전 코로나19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취소했는데, 진짜 이유는 부지 공사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역구인 현장을 수시로 살폈다면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코로나는 표면적인 이유고 (실상은) 올 8월에 잼버리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세계잼버리 기반 시설 공정률은 3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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