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망 교사, 학기초부터 문제학생 지도로 곤란 겪어"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3. 8.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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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교육부·서울교육청 합동조사 결과 발표…"1학년 담임·'나이스'는 본인 희망"
학급內 '연필사건' 재확인…"학부모 수차례 부재중 전화, 통화시 엄청 화내"
'악성민원' 등 영향 가능성 일부 인정…"밝히지 못한 부분 경찰이 규명하길"
서이초 교사 70% "매월 한 번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처리반 도입해달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년차 교사가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 지도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이 학급내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학부모의 연락을 수차례 받은 점도 재확인됐다.

다만 교육당국은 그 외 사망교사 반에서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은 없었다며, 수업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이 배정됐다는 의혹도 부정했다.

"1학년 담임·'나이스' 업무, 본인이 1순위로 희망"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교육부 2명·서울시교육청 3명 등으로 꾸려진 합동조사단은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 '기피 업무' 등으로 고전했다는 의혹 등을 들여다봐왔다.

조사단은 우선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2년차 교사 A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학교 측이 내놓은 입장문 관련 사실관계부터 짚었다. A씨의 학급에서 담임교사 교체 사실은 없었고,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폭'이 아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였으며 이 또한 '본인의 1순위 희망'이었다는 것이다.

통상 신규 교사에게 잘 맡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1학년 담임'도, A씨가 1순위로 원해서 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0일 서이초가 교장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과 동일한 내용이다.

'연필 사건' 학부모, '부재중 전화' 여러 통…"엄청 화내"

조사단은 또 A씨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폭 사안은 없었다면서도, 일명 '연필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학생들 간의 다툼은 실제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A씨가 오전 수업을 진행하던 중 B 학생이 C 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C 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가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조사단은 동료교사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 당일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한 것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연락처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동료에게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이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도 지난달 31일 연필사건 발생일부터 고인의 사망일까지 A씨가 학부모와 수차례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A씨는 C 학생 학부모로부터 다수의 '부재 중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뤄진 통화에서 해당 학부모가 A씨에게 '엄청 화를 냈다'는 게 동료교사의 전언이다.

교내 사안처리 기록 등을 종합하면 이튿날 교무실에서 A씨와 인성생활부장 입회 하 양측 학부모의 만남이 있었고, B 학생 부모가 C 학생 측에 정중히 사과하며 일단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조사단은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두 학생 학부모의 만남 이후 추가적인 관련 민원 등이 있었는지도 수사의 영역으로 넘겼다.

또한 서이초 입장문 초안에 있던 '연필 사건'이 학부모의 요구로 누락되는 등 학교 측이 고의로 사건을 부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초 초안에는 '사건 관련 양측 학부모가 잘 화해하고 해결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안 발표 직전 일부 언론사에서 '고인이 학부모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시달림을 당했다'는 보도를 내놓자 서울시교육청이 관련 사실을 재검토함에 따라 해당 문구가 삭제됐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유력 학부모의 '외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입장문은 학부모 대표들이 열람했을 뿐, 이들이 실제 수정 요청을 하진 않았고 사건 당사자는 학부모 대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학기 초부터 부적응학생 지도로 어려움"…정치인 가족은 없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4일 브리핑에서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하여 진실을 규명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교육부 제공

학급내 부적응학생 지도 등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은 것은 사실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A씨가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NEIS 업무 외 학급의 가정·체험학습 결과 정리, 학교생활기록부 입력 등을 예로 꼽았다.

A씨는 '연필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이 아닌 다른 부적응학생 2명으로 인한 심적 부담도 지속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기록과 면담, 동료교사의 증언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가령 학습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거나 막말하는 한 학생에 대해서는 교감이 '학부모에게 심리검사나 상담을 권유해 보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부모에게 연락을 했을 때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는 얘기를 A씨로부터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 다른 학생은 2~3일에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당국은 전했다. 동료교사와 학습지원튜터의 진술에 따르면 가위질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 때마다 이 학생의 어머니에게 연락했지만, 면담에 응하지 않았고 '집에서는 (애가)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럴까요?'라는 반응만 돌아왔다는 동료교사의 진술도 나왔다.

교육당국은 고인에게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이 배정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로 배정됐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수업공간 부족에 따라 '비선호 교실'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세훈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은 "그 학교(서이초) 인근 주위에 재건축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서 과밀학급이 된 상황"이라며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별도의 공간을 찾다 보니까 통상적인 교실이 아닌 급식실 공간을 학급으로 전환해서 운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퍼진 '고인의 반에 정치인 가족이 있다'는 의혹도 거짓으로 결론지었다. 거론됐던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과 대조해본 결과 실제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당국은 학부모의 악성민원을 교사의 사망원인으로 단정하기엔 어렵지만, 일부 영향이 있었을 거라는 점을 시인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실 유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 조사의 한계로 인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정확하게 판단하기엔 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학교 부적응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등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았지 않나, 추정이 된다"며 "그와 연관돼 연필 사건에서도 나타났고 조금 더 추가적 확인이 필요해 보이지만, 학부모 민원에 대해서도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서이초 교사 절반은 '교권침해' 경험…月 7회 이상 민원도

한편, 당국이 서이초에 재직 중인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률 63%) 응답자의 70%는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많게는 7번 이상 경험했다는 답변도 6명 있었다.

약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담임 외 업무 병행과 학급의 과밀화,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정서불안,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학교 업무경감을 위한 출결처리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업무지원 인력 확대 및 학급당 학생 수 제한 △'교권 보호'를 위한 민원처리반 도입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법령 개정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한 학부모 책임 강화 및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도 강조했다.

장 차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학교 구성원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참여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며 진행되었다"면서도 "조사가 방학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는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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