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농경지 잠긴 중국 …“식량안보 우려 깊어져”
태풍이 연달아 강타해 기록적 홍수가 발생한 중국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더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중국 농업농촌부는 이번에 홍수 피해를 본 농민 지원금으로 4억3200만위안(785억9000만원)을 편성했다. 농업농촌부 관계자는 이번 홍수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향후 재해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밀 수확철인 지난 5월 말 허난성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국의 여름 밀 수확량이 전년대비 0.9% 감소했다. 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밀 생산지이다. 중국에서 여름밀 수확량 감소는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기준 이미 전국에서 400만헥타르(㏊)의 농경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이는 1년 전 피해 농경지 면적보다 52만6000㏊ 증가한 수치다.
제5호 태풍 독수리로 인해 농업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허베이성에 내린 비로 주민 123만명이 대피했다. 허베이성 누적 강우량은 성내 중대형 저수지 저수용량의 2배가 넘는 275억㎡에 달했다. 베이징에서는 최대 744.8㎜의 비가 내려 140년 만에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독수리는 현재 중국 동북지방의 주요 쌀 생산지를 향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는 지난달 국내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일부 백미 수출 금지를 발표했다.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유사한 제한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도 중국에 달갑지 않은 요인이다. 세계식량계획(WE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흑해를 통해 수출하는 곡물의 44%는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농업 정보제공업체인 차이나그레인닷컴의 류옌 선임 애널리스트는 “여러 국가가 쌀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세계 쌀 가격은 더 상승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곡물생산량 자체는 지난해보다 완만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 곡물시장의 혼란과 각국의 비축경쟁 등이 결합하면 식량안보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특히 대두의 80%를 수입하고 있다.
재해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중국 농업 컨설팅업체인 오리엔트의 수석 분석가 마원펑은 “이번 비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것은 점점 더 많이 목격되는 비정상적인 날씨에 대한 경고”라면서 “분명히 작물 수확량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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