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학의 또다른 이름은 검증이다

이병철 기자 2023. 8. 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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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 정보가 공개됐는데, 사람들이 큰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요. 그러나 이는 그저 과학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들은 과학계에 검증을 요구한 것이고, 동료 과학자들은 검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달 2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과학계에서 동료의 검증이 중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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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LK-99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 정보가 공개됐는데, 사람들이 큰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이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요. 그러나 이는 그저 과학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들은 과학계에 검증을 요구한 것이고, 동료 과학자들은 검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달 2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과학계에서 동료의 검증이 중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과학의 근간은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동료 과학자들이 검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늘 치열한 토론과 엄격한 실험이 함께 한다. 이날은 바로 학회가 LK-99의 검증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LK-99′가 몰고 온 광풍이 사회·경제까지 퍼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말 한마디에 주식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순수 물리학에 가까운 초전도체 연구가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자 과학자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국내 전문가들이 논란 한복판에 뛰어들어 과학적 검증에 나섰으나 정작 여론은 싸늘하다. 많은 이들이 초전도체학회를 두고 “역사에 남을 성과에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길 바라는 단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런 논란은 일부 언론에서 이달 3일 “초전도학회가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는 잘못된 보도가 나오며 증폭됐다.

초전도체학회는 여전히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맞는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것 대신 상온 초전도체가 맞는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과 데이터만으로는 상온 초전도체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 직접 실험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초전도체학회 관계자는 “국민적인 비난에 실망감이 매우 크고 사기도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과학자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검증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6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프랜시스 베이컨은 과학이 발전하려면 권위와 집단에 대한 우상적인 숭배를 배제하고 경험과 관찰, 실험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문은 상처 투성이가 되는 논쟁을 통해서 발전한다”는 한마디로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과 비평이 갖는 중요성을 표현했다. 누군가에게는 다툼으로 보일 수 있는 검증 과정이 과학계에서는 더 나은 지식과 기술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다.

이번 논란에서 대중들의 눈에는 과학자들의 검증이 질투와 시셈에 가깝게 보였다. 그러나 때때로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과학계에서 동료 검증은 의무이자 책임으로 여겨진다.

LK-99에 대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검증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났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이제 남은 일은 차분히 그들의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과학자들 사이의 의견 차이와 논쟁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더 엄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원할 필요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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