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바꾼 6호 태풍 ‘카눈’...잼버리도 영향권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

장윤서 기자 2023. 8.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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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40분 천리안위성 2A호에서 관측된 제6호 태풍 '타눈' 모습./기상청 제공

일본 남부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해 북서진하던 제6호 태풍 ‘카눈’이 4일 이동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다시 오키나와현에 접근하고 있다. 한반도가 다시 카눈의 간접 영향권에 들면서 ‘극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우트 잼버리가 진행되는 주말과 내주까지는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 따르면 강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대형 태풍 카눈은 이동 방향을 바꿔 이날 오전 7시 기준 미야코지마에서 북서쪽으로 270㎞ 떨어진 해상에 있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40hPa(헥토파스칼)이며,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은 초속 45m에 이른다.

카눈은 오는 5∼6일에 오키나와 지역과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 아마미 제도로 유턴하듯 돌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이미 오키나와현과 가고시마현에서는 2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 오키나와 지역에서 전기 공급이 끊긴 가구는 한때 20만호를 넘었으나, 현재는 약 5만호가 아직 정전을 겪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일본 열도 북동쪽과 남서쪽에 각각 고기압이 발달하고 남서쪽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태풍도 계속 동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했다.

6호 태풍 카눈이 일본 오키나와 서쪽 해상으로 북상하면서 한반도는 직접적인 태풍 피해는 예상되지 않지만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폭염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국쪽으로는 이 태풍의 위험반원에서부터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가 지속적으로 주입되는 그런 환경이 되기 때문에 낮보다 밤에 더 받아 열대야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덥고 습한 공기를 머금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있고 대기 상층에 건조하고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잡고 있어 열을 가두고 있다. 더운 성질의 고기압 영향권에서 낮에는 햇볕 가열효과까지 작용해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고 습도가 높으면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4일 아침 최저기온은 23~28도, 낮 최고기온은 31~36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태풍 영향으로 더 센 무더위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카눈이 지나가는 바다 해수면 온도는 27도 이상으로 높아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하며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수증기는 열기를 가두는 성질이 있어 낮에 더워진 기온이 밤에도 떨어지지 못하게 한다.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주된 원인이다. 카눈은 두 고기압이 겹으로 쌓여 폭염에 시달리는 한반도로 5, 6일까지 뜨거운 수증기를 추가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통보관은 “태풍 주변 물결이 높게 일고 정체되면서 오키나와와 근접한 한반도 서해상과 남해상, 제주도 해상쪽으로 장주기파의 너울성 파도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너울에 의해 수증기가 증가하면서 그로 인해 더운 공기가 유입돼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열대야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습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낮에 달궈진 지표 열기가 밤사이 해소되지 못하면서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기온과 습도가 높아 밤사이 열이 충분히 식지 못하면서 나타난다. 강릉은 이미 지난 2일 오후 6시부터 3일 오전 9시까지 밤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발생했다. 경북 포항과 울릉도는 일주일 새 열대야가 6번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막일인 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대회 참가 대원들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현재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전북 부안은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뻘밭인 행사장에는 장마 기간 동안 물 웅덩이가 곳곳에 만들어졌다. 내리쬐는 햇볕에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습도와 체감온도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카눈이 덥고 습한 수증기를 국내로 올려 보내며 더 푹푹찌는 날씨가 이어지겠다

잼버리조직위 등에 따르면 대회기간 중 발생한 누적 환자는 최소 1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까지 온열질환 315명, 햇빛 화상 106명 등 113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진 3일에는 100명 이상이 소방 구급대에 의해 이송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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