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를 달군 ‘AOC 현상’, 부러워만 말고 배워본다면[책과 삶]
미국이 불타오른다
레이나 립시츠 지음·권채령 옮김 | 롤러코스터 | 388쪽 | 1만8500원
‘손수조’ ‘박지현’ ‘이준석’ 등 한국에도 청년 정치인은 꽤 있다. 청년 표심을 앞세워 정치권에 등장했지만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이름만 기억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 불타오른다>는 5년 전 미국 중간선거 때 등장한 청년 정치인들 이야기다.
2018년 2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일명 AOC)는 곧바로 미국 진보정치의 상징이 됐다. 그는 10선의 현역의원을 꺽고 당선됐으며 부자들에게 최고 소득세율 70%를 적용하자고 제안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의 옷차림을 두고 손가락질하고 성차별적 언사를 퍼붓는다. AOC는 패션잡지 ‘보그’의 화장하는 영상에 출연하며 “반짝이는 아이섀도가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발라보면 정말 멋져요!”라며 유쾌하게 자신을 향한 모욕을 전복시킨다.
책은 신인 정치인들이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들을 되짚는다. 저자는 지역으로 파고든 풀뿌리 단체 활동가들과 온·오프라인에서 대화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사회운동 경험과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대학 등록금에 허덕이고 아르바이트로 버텨가며 겨우 졸업해도 비싼 방세를 내지 못해 변두리로 밀려나고 직업을 구하기 힘든 현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지 않는 정치 현실 등이다. 책에서 ‘미국’ 청년들의 현실이라 표현된 부분은 모두 ‘한국’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 여러 매체에 정치 관련 글을 기고하는 저자 역시 1980년대 초반 출생. 밀레니얼 세대 끝자락에 해당한다는 저자는 “삶을 바꾸기 위해서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일 이상의 근본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거론하면서 미국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열정적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냉정한 자세도 함께 취한다. 조직 전문가와 제도적 지원, 꾸준하고 전략적인 이행이 없으면, 버니 샌더스 같은 인물이 불러일으킨 열정마저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하루아침에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것. “마틴 루서 킹이나 샌더스, AOC처럼 사랑받는 지도자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정의를 세울 수 없다.”
한국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 또다시 ‘청년 정치’가 구호로만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5년 전 미국의 젊은 정치인 이야기를 읽어볼 만하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