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줄줄이 ‘매도’ 리포트…공매도 타깃, 포스코홀딩스로
철강 기업 POSCO홀딩스가 이차전지 테마로 주가가 급등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4위까지 오른 후, 외국계 증권사에서 주식을 매도하라는 투자 의견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가 새 성장 동력으로 꼽은 리튬 사업이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올 들어 20만~30만 원대에서 움직이다가, 6월 26일 종가 기준 40만 원을 돌파했다. 이어 7월 21일 55만1000원(종가)을 기록하며 50만 원대로 진입했고, 바로 다음 거래일인 7월 24일엔 64만2000원(종가)으로 마감하며 60만 원대로 대번에 치고 올라갔다. 7월 26일엔 장 중 76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7월 한 달간 주가는 65.4% 상승했다.
주가 급등 후 너무 비싸졌다는 판단에 따라 하락 베팅도 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법) 수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쌓인 것이다. 주가 급변동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모건스탠리는 7월 31일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투자 의견을 ‘비중 유지(equal-weight, 중립)’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췄다. 목표 주가를 7월 28일 종가 61만9000원보다 낮은 44만 원으로 제시했다. 주식을 팔라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포스코의 장기적인 변신 스토리를 기대하긴 하지만, 과도한 낙관론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앞섰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밸류에이션(기업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포스코의 리튬 사업이 완벽에 가깝게 실행됐을 때나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이차전지 소재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2018년 호주 리튬 광산 지분과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광권을 인수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2030년까지 투자 예정인 121조 원 중 이차전지 소재에 45%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소재 투자 중에서도 70%를 양극재와 리튬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실적 발표 후 포스코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등했다. 포스코홀딩스는 16.52%(9만1000원) 상승한 64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총은 54조2047억 원으로 7조 원 가까이 늘며, 유가증권시장 시총 4위로 수직 상승했다.
주가 과열 기류 속에 외국계 증권사들은 잇따라 포스코홀딩스 투자 의견을 낮췄다. UBS는 7월 26일 포스코홀딩스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이날 장 중 76만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막판엔 4%대 하락해 63만 원으로 거래가 끝났다. 씨티그룹도 그보다 앞서 7월 24일 포스코홀딩스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췄고, JP모건체이스는 4월 13일 ‘중립(neutral)’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춘 바 있다.
8월 들어 이틀간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9% 가까이 빠지며, 다시 50만 원대(8월 2일 58만5000원)로 내려갔다. 현재 포스코홀딩스 공매도 수량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회사 공매도 수량은 6월 말 44만 주 수준에서 8월 1일 199만9678주로, 한 달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주가 하락 베팅이 많아졌단 뜻이다. 7월 한 달간 개인은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4조6700억 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조32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포스코홀딩스와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일평균 거래 대금 합계가 유가증권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 대금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두 회사 거래량이 많았다.
이와 관련, 공매도 타깃이 코스닥시장 이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에서 포스코홀딩스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6월 말 166만 주에서 8월 1일 70만3000주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75만4000원에서 120만8000원까지 올랐다. 에코프로 주가가 오르자, 외국계 공매도 세력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공매도 주식 되갚기용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더 오른 쇼트 스퀴즈 현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공매도 수량 증가로 포스코홀딩스 주가 변동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증권사들은 포스코홀딩스가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대체로 이 회사 목표 주가를 70만 원 이상으로 올린 상태다. 24일 종가(64만2000원)에서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26일 “포스코홀딩스는 향후 10년 간의 성장이 담보된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주요 소재 공급을 과점할 계획”이라며 목표 주가를 6월 1일 제시했던 48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리튬 가격이 상승해,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사업(지분 100%)과 호주 필바라 광석 리튬 사업(지분 82%)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 가치가 16조 원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본다.
교보증권만 국내 증권사 중 드물게 포스코홀딩스 주가 전망치를 낮게 잡았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4월 13일 포스코홀딩스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낮춘 후, 7월 25일 이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 주가를 35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올렸으나, 보고서 발간 전날 주가보다 낮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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