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서현역 테러범 ‘청부살해 위협’ 주장에 “거짓말 가능성”

“당분간 ‘살인예고 글’들에 살인예비죄 적용해야”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8월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에 앞서 용의자 최아무개(22)씨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들이받아 4명이 부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진은 용의자 최씨가 이용한 차량 ⓒ연합뉴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이 '청부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을 이어가는 가운데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행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서현역 사건은 조현병 환자들의 범행과는 양상이 다르다"면서 "흉기도 미리 준비해 간 걸로 보이는 등 계획적인 부분들이 과연 조현병 환자의 행위로만 설명이 되느냐에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범행 현장이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행과는 구분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현장에다 흉기를 떨어뜨리고 가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면서 "(서현역 사건 범인은) 도주하는 와중에 화분 뒤에다 흉기를 은닉하고 갔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인이) '청부살인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갑자기 꾸며낸 거짓말은 아닌가 의심되는 측면이 있다"고도 꼬집었다. 범인이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열형 성격장애' 관련 주장에 대해서도 "조현병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단계에 가서는 조현병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할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 사건이 앞서 벌어진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모방범죄라는 주장엔 선을 그었다. 그는 "신림역 사건은 피해자의 성별이 모두 (가해자 또래) 남성이었다"면서 "서현역 사건의 범인은 무차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격했기 때문에 이걸 모방범죄로 보긴 어렵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이 아니라면, (앞서 나왔던) 10번의 살인 예고글들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을 이해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면서 "당분간은 살인 예고글들이 올라온 건에 대해 살인예비죄를 적용해 아주 엄격하게 형법을 적용하는 게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 돌진 및 흉기난동으로 총 14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20대 남성 최아무개(22)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고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