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권 능력 없고, 이재명 사법 리스크 때문”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이재명호'의 흔들림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한 데다, 당내에선 '초겨울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이 대표에게 힘을 싣지 못하는 모양새다. 총체적 위기를 맞은 민주당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2013명에게 '내일이 총선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물은 질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절반을 넘긴 52.1%, 국민의힘은 35.3%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민주당은 지금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런 부분이 그렇다. 지금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35.3%(725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지금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32.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 28.0%였다. 거대 양당 모두를 선택하지 않은 이들(104명)에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 역시 '지금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이 23.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 20.6%였다.
이재명 운명 가를 8월8일 '이화영의 법정 증언'
당면한 상황도 좋지 않다. 우선 이 전 부지사가 8월8일 재개되는 공판에서 어떤 진술을 내놓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번복한 것으로 알려진 진술을 일관되게 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이 대표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번복을 놓고 검찰과 이 전 부지사 부인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논란을 순서대로 들여다보자면, 7월18일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의 기존 입장에 미세하게 변동이 있다'는 의견서를 냈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부에 "피고인은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 같은 입장 번복 의견이 나온 당일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 A씨가 민주당에 A4 용지 2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있었기에 이 전 부지사 입장 번복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다음 날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이재명 방북'을 요청한 사실을 이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틀 후인 7월21일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과 이 지사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자필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다만 김 전 회장에게 이 지사의 방북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지사에게 방북 요청을 보고하지는 않았다. (김 전 회장에게 방북 요청을 한 사실은) 저로서는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후 A씨는 이 전 부지사의 입장 번복 의견을 낸 변호사에 대해 '검찰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우려가 크다'며 해임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변호사 해임과 관련해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명 위기설에 정작 해야 할 논의 못 해" 지적도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이 대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는 '노인 폄하' '코로나 세대 학력 저하' 발언 논란 등으로 각종 설화에 휩싸였지만 사과를 회피하면서 일을 더 키웠다. 민주당의 도덕성 극복을 위한 뚜렷한 혁신안도 내놓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1호 혁신안인 '정당한 영장청구'를 전제로 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반쪽짜리'로 받아들여졌고, 2호 혁신안인 '꼼수 탈당' 방지책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의 복당 문제에 침묵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당내에서는 당대표 체제가 12월에 흔들릴 수 있다는 '초겨울 주의보'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7월29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초겨울 주의보를 하나 발령한다. 12월에 이 대표를 마구 흔들 수 있다. 검찰이 그럴 수 있고, 당 내부에서도 검찰과 직접 대화는 안 하겠지만 이심전심 텔레파시로 그런 작전을 펼 수 있으니 주의하시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 제25조 3항1호에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미만인 때는 중앙위에서 당대표를 선출한다'는 단서조항이 있는데, 이 대표 임기 8개월이 되는 시점인 12월28일에 앞서 이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초겨울 위기설'과 관련해 "예견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12월이나 내년 1월이 되면 총선 전망이 뚜렷해질 것이다. 이 분위기로 가면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 대표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더 큰 위기를 맞지 않게 이 대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 비명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정 발목' 이미지라고 짚었다. 그는 "국민이 지난 2년 동안 여소야대 이중권력에 만족했는지가 이번 총선의 핵심 민심이 될 것이다. 혁신위가 성과를 내려면 국정 협조에 대한 혁신위의 전면적인 선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 위기설이 당의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은 "선출된 대표의 거취 문제로 얘기가 넘어가버리면 정작 다뤄야 할 문제가 다뤄지지 않는다. 김남국 의원 징계 문제도, 민주당 의원들 돈봉투 의혹도 제대로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어영부영하다가 지지자들에게 '역시 국회의원들은 서로 잘 챙기는구나'라는 인식을 주게 되면 문제 해결 시기를 놓치게 되고 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물러나는 문제와 비대위 시기는 공천과 연결되기 때문에 당내 많은 구성원의 관심사는 맞는데, 그것이 과연 이 시점에서 해야 할 혁신적인 논의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권 전 비대위원은 혁신위 성패에 대해서는 "혁신위의 승부처는 설화 여부가 아니다. 돈통부와 코인 문제에 대해 이미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는 그 답을 구현해 낸다면 잘한 혁신위가 될 거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으니 깎아 달라고 부른 건데 지금 혁신위는 제도를 제시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혁신안을 리스트업 하는 게 어떻게 혁신이 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누적돼온 문제들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졌다. 이재명 리더십도 실패, 혁신위도 실패다. 민주당은 변화가 없고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 지지 정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에선 대대로 야당을 뽑겠다는 비율이 더 높다. 전국 지지율보다는 지역별 정당 지지율을 봐야 하는데, 최근 나온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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