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악귀’, 기존 이미지와의 싸움…가장 큰 숙제는 ‘염해상’”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배우 오정세가 작품 ‘악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는 SBS 드라마 ‘악귀’ 종영 기념 배우 오정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김태리)과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 염해상(오정세) 교수가 의문의 죽음들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로, 지난달 29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종영했다.
재력가 집안 출신의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오정세는 이날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묻자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 염해상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나기까지 개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운을 뗐다. 오정세는 “처음 대본을 받고 보니 해상이는 외로운 인물이고, 민속학자고, 귀신을 보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사람인데 글로만 봐서는 되게 매력 없어 보이더라. 일상에서 만나면 굉장히 고리타분한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작가님의 대본을 읽으며 서사를 쫓아가다보 작품의 말미에는 해상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어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지고 저만의 방식으로 해상이를 만났다. 김은희 작가님이 구현해준 서사가 좋다보니, 결국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잘 쫓아가서 해상이라는 인물을 잘 만난 것 같다. 저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염해상’을 통해 무뚝뚝하고 냉철하지만 인간미까지 구현해야 했던 오정세는 ‘악귀’ 촬영에 있어 ‘염해상’ 캐릭터 구축에 있어 깊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큰 서사는 작가님이 써주신 대로 따라가면 됐지만,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됐다. 그러다가 해상이는 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있었다”라며 “해상이는 악귀를 잡으러 가야 하는 사람이지만, 그 과정에 있어 어떤 설계가 없는 친구다. 그러다 보니 해상이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인물 안에서 인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쫓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 안갯속에 해상이와 함께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해상이의 주 감정은 악귀를 만나러 가는 것인데, 중간중간 자꾸 다른 사건으로 빠지는 걸 보고 ‘왜 해상이는 자꾸 다른 길로 가지?’라는 궁금증이 해상이라는 인물을 만나는 첫 지점이었다. 그러다가 ‘해상이는 주변을 놓치는 친구는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자신의 생명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남을 도와주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을 멀리서 같이 아파하는 인물이지 않나. 저는 눈이 오면 그 골목길을 쓸어 놓는 것과 같은 작은 선한 행동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 범주 안에 해상이가 있다는 생각으로 캐릭터의 중심을 잡았다. 또한 해상이는 누군가를 기억함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연이 없는 누군가를 기리고 추모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로 해석했다. 저 역시 해상과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 가장 ‘악귀’에서 노력한 부분이고, 얻은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염해상’을 만나고 최근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한 깊은 공감과 마음을 쏟았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오정세는 “전부터 관심이 많긴 했지만, 해상이를 만나고부터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마음을 드렸다. 촬영 중에는 시간이 나지 않았지만, 촬영 후 시간이 될 때 직접 장소에 가서 마음을 더 드리고 왔다. 초반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칫 제가 ‘이렇게 했으니 작품 시청률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표현이 될까 봐 조심스럽더라. (저의 말을 시청률에) 이용하는 느낌은 안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특정한 사건을 말씀드리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긴 하다. 최근에 미디어에 노출된 사건들도 그렇고, 사건사고가 굉장히 많지 않나. 최근에는 ‘악귀’ 모임에서 산영이(김태리)랑도 특정 장소에 가서 마음을 드리기도 했다”라며 “해상이와 악귀라는 작품이 어렵게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좋게 다가왔다. 연기하며 장르적인 재미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그 안의 가치도 제 안에서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정세가 꼽은 ‘염해상’의 연기 포인트는 ‘발음’과 ‘공감’이었다. 그는 “해상이를 연기하며 발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 되돌아보니 더 신경 써야 했나 생각도 든다”라며 “설명하는 해상의 말투에 스스로 옷을 잘 못 입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얘는 이런 인물이구나, 하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달돼야 하는 대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게 잘 전달되었으면 하고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이어 “해상이는 선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모습에 시청자도 공감이 되는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해상이가 사건 사고를 접하면서 사람들을 기리는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작가님께 말하면, 절에 가서 마음을 드리는 짧은 장면을 넣어주시기도 했다. 또 초반 한강에서 누군가를 구하려다가 못 구하는 장면이 있다면 ‘해상이도 그렇고 저도 가슴이 아프다. 이 안타까운 마음을 시청자와 공유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하면, 좋은 사람이 한강에서 떨어진 연출이나,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연출로 안타까운 마음을 시청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정세는 “해상은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지만 히어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게 중점이었던 것 같다. 지하 단칸방에서 아이를 구한 다음에도 멋있게 때려서 잡았지만, 다음에 보면 얼음찜질을 하고 있지 않나. 사소한 장면이지만 ‘사람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장면이다. 이런 소소한 해상만의 매력을 찾아가려고 사소한 아이디어를 촬영 당시 많이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도 전했다. 오정세는 “(염해상에 대해) 잘 표현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여러 생각을 하긴 했다. 처음 산영이를 마주치고 저를 무시하는 장면에서, 누군가의 눈에는 ‘도를 아십니까?’같은 불편한 정서일 것 같더라. 제가 예전에 경험했던 분들도 저만 집요하게 보면서 따라오는 분들이 계셨는데, 초반에는 해상이가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산영만 보고 걸었다”라며 “어둑시니를 만난 장면에서도 그 장면 촬영 전 3일 정도는 굶었던 것 같다. 기본적인 것은 먹었지만,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장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 장면은 도움이 좀 됐으나, 그날 그 장면만 찍는 게 아니라 다른 장면도 찍었어야 했어서”라고 말을 흐리며 “‘덕분에 이 장면이 이렇게 풍성해졌네’ 싶지 않았지만, 그 장면만큼은 정서가 잘 묻어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이처럼 오정세의 아이디어로 완성해간 장면에 대해 “저 자체도 초반에는 서사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서사는 작가님을 믿고 갔다. 반면 내가 채워야 하는 것은 해상에 대한 궁금증이 후반에 많아지면서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반영해 주신 것 같다. 내가 이런 정서를 넣고 싶다고 넣으면 되는게 아닌데, 큰 주문도 흐름에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잘 넣어주신 것 같다”라며 김은희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김은희 작가님도 현장에서 ‘정세 하고 싶은 대로 해’였다. 대사를 보고 설명을 너무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일상어로 바꾸려 노력을 했는데, 거기서 충돌이 있었다. 예를 들어 ‘~했습니다’, 가 대사이면, ‘~했잖아’로 바꾸려고 했는데, 현장에 가면 저도 ~했습니다가 편해지길래 ‘이게 해상의 말투구나’싶었다. 기본적으로 작가님과 감독님도 ‘네 맘대로 해’였지만, 현장에서는 결국은 대본대로 자꾸 가게 되더라. 그래서 ‘아, 또 김은희한테 졌어!’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정세가 생각한 자신과의 ‘염해상’의 싱크로율은 얼마일까. 오정세는 “반반인 것 같다”라며 “저에게도 유쾌한 오정세, 조용한 오정세가 있다. 예전엔 유쾌함이 더 컸다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염해상 같은 정서가 더 진해져 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예전에도 단역 오디션을 보면, 제 역할이 단역이라 뭘 맡을지를 모르는데도 주인공의 고향에 여행을 갔다. 거기가면 뭘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거기가면 뭐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을 하더라도 거기서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라며 “(이번에도) 해상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무속인 몇 분을 찾아 만나 봤다. 뭘 얻을 수도 있고, 못 얻을 수도 있겠지만, 만나러 가서 생각 정리를 좀 하게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분들의 말투에는 무언가를 믿게 만드는 것이 있다. 추상적이기 보다는 정확하게 이야기 하는, 진짜로 저 사람이 그렇게 믿게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해상이의 말투도 제 안에서 정리가 됐다. 예를 들어 ‘죽을수도 있어요’를 ‘죽어요’ 처럼, 다이렉트하게 다가가는 정서가 있었으면 좋겠더라. 또 무속인 분들도 자신만의 이런저런 시각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다 해결해주지 못하지 않나. 그 지점에서 ‘저 분들도 결국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해상이도 결국은 사람이네’, ‘사람의 매력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정리됐다. 또 각자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떠올렸다.
김은희와 ‘지리산’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오정세. 전작에 대한 아쉬운 흥행 후 함께한 ‘악귀’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에 오정세는 “매 작품마다 여러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주어지는데, 이 작품도 전작에 대한 부담감, 역할에 대한 부담감, 주연 롤로서의 부담감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이 많은 숙제 중에 가장 큰 산은 ‘해상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것들이 잘 안보였다. 바로 앞에 있는 염해상이라는 인물을 만나는 게 가장 컸기 때문에,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저 뒤에 있는 산이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노력들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김은희 작가가 준 연기 관련 피드백에 대해 “항상 좋은 말씀만 해주셨다. 각자 부족한 점이 있지 않나. 제 안에서 노력을 했지만, 그 안에서 부족함도 느끼고, 더 가까이 갔으면 좋겠고, 여러 가지 아쉬움이 있는데, 작가님은 ‘네가 해줘서 고마워’하는 칭찬만 많이 해주셨다”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극중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춘 김태리의 언급도 빠질 수 없었다. 오정세는 김태리에 대해 “매 순간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되게 열정적이고, 건강한 느낌이었다. 열정만 있으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저에게는 1도 부담이 되지 않는, 건강한 자극이 되었다. 극 안에서 산영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타협이 없었던 거 같다. 건강하게 인물에 접근하려는 그 자세가 매순간 ‘와’ 했다”라며 칭찬했다. 이어 “함께 연기 하면 많이 도움이 됐다. 악귀를 마주쳤을 때 어째야 되나 혼자 고민이 많았는데, 저는 그저 김태리의 연기를 받기만 하면 됐다”라고 회상했다”라며 “‘구산영’과 ‘악귀’는 온도가 많이 차이 나는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매체의 특성상 확 다르게 보여줘야지,가 있을 수 있는데, 많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많이 차이가 느껴지는 황홀감이 있었다. 선한 눈빛이었다가, 언제 변했는지 모르지만 악귀가 되어있는 표현 방식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상이는 산영을 만났을 때는 산영이를 걱정하고, 그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해상이는 선한 사람이고, 나와 같은 세계에 들어온 친구가 되었으니까. 반면 악귀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헤쳐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잡힌 것 같다”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다 끝나고 산영이를 만났을 때 둘 다 이마에 상처가 있었는데, 잘 안보이더라. 또 산영이한테 전화가 왔을 때 목록에 친구 목록에 유일하게 산영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래서 해당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이 됐다. 우리들끼리는 서로의 유일한 친구를 만난, 그런 마음으로 마무리 지었다”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시즌 2에 대한 생각을 묻자 “작가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저야 또 해상이를 펼칠 수 있다면 좋다”라고 답했다. 이어 ‘악귀’가 오정세에게 남게 될 의미에 대해 “외부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해상이를 만나고 한 걸음 성장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라 가치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정세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Mr.플랑크톤', '이재, 곧 죽습니다'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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