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발목잡혀... ‘中 비밀경찰’ 지목된 식당, 간첩혐의 수사 못했다
작년 12월 한강변에 위치한 선상 식당에서 중국 비밀경찰이 재한중국인 송환과 영사 업무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국정원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나 성과 없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형법상 간첩죄의 사각지대 때문이었다. 여야는 이를 보완한 간첩죄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방첩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중국 비밀경찰 조사는 사실상 소득 없이 종결 처리됐다. 식품위생법 위반 등 우회 수사만 진행됐고, 이 식당 관계자들이 재한중국인 정보를 다룬 의혹과 이들을 감시·송환한 행위는 수사하지 못했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6·25 직후 만들어져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토록 제정돼 있어서다. 적국으로 규정된 단체는 북한뿐이다.
이에 이상헌 민주당 의원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간첩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형법상 간첩죄 개정안을 지난 1월과 2월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엔 간첩의 개념이 ‘적국’을 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행위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계’하는 행위로 명확하게 확대 재정의됐다.
이 개정안은 즉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탁자에 올랐다. 법사위 고유법안인 형법은 소위 의결만 이뤄지면 본회의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친 소위에서도 의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원인은 법원행정처의 반대였다. 국회는 법 제정·개정 시 행정부와 사법부의 의견을 수렴한다. 법사위 고유법안의 행정부 대리 법무부가 찬성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사법부 대리 법원행정처가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법원행정처의 반대 이유는 “군사기밀보호법 등 현행법으로도 기밀유출범을 처리할 수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형량이 간첩죄 개정안 보다 낮아 법체계 검토가 필요하다” “동맹국 간첩과 적국 간첩을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법원행정처의 거듭된 반대로 간첩죄 개정안은 지난달 소위 땐 아예 상정되지도 못했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의 동의와 법사위 차원의 빠른 의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3선인 홍 의원은 초선 때부터 당선 때마다 줄곧 간첩죄 개정안을 발의해 왔다. 중국 비밀경찰 의혹이 제기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그는 또 다시 간첩죄 개정안을 냈다.
그는 “군사기밀보호법과 형법상 간첩죄의 차이는 크다. 간첩 행위를 탐문하는 기관조차 다르다”고 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군사기밀 1급~3급 유출에 대한 조항만 있어서 대외비 등급 이하 정보 유출범을 처벌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간첩죄로 처벌 받은 사람을 보안관찰 하는데, 군사기밀보호법 등의 기밀 유출범은 단순 전과자로 분류돼 특별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홍 의원은 이어 “타법과의 형량 차이는 맞추면 된다. 친소 관계에 따라 형량 차이를 둬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형평성에 맞지 않다. 그건 판사의 재량이지 법에 명문화 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법원행정처는 지금 굉장히 ‘마이너’한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간첩죄가 남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와 법조인들은 형법 개정에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중국도 간첩죄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간첩죄 개정안과 유사한 법을 채택 시행하고 있다”며 “이건 여야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다. 서둘러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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