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간지럼 태우면 ‘초음파’로 웃는다…뇌 속 ‘웃음 중추’ 발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생쥐 제리는 비록 몸집은 작지만 영리한 꾀로 고양이 톰을 놀려먹곤 한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번스타인컴퓨터신경과학센터 미하일 브레히트 교수와 연구진은 쥐가 장난을 치거나 간지럼을 탈 때 중뇌의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ey)이 활성화된다고 국제학술지 '뉴런'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쥐가 웃거나 간지럼을 탈 때 정확히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살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생쥐 제리는 비록 몸집은 작지만 영리한 꾀로 고양이 톰을 놀려먹곤 한다. 고양이의 추격에 숨바꼭질하고, 대결에서 이기면 의기양양하게 키득거린다. 쥐가 놀이를 즐기고 상황에 따라 웃는 것은 그저 만화의 설정만이 아니다.
최근 독일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 웃음과 놀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웃음 중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번스타인컴퓨터신경과학센터 미하일 브레히트 교수와 연구진은 쥐가 장난을 치거나 간지럼을 탈 때 중뇌의 회색질(PAG, periaqueductal grey)이 활성화된다고 국제학술지 ‘뉴런’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뇌의 이 영역은 전뇌와 뇌관을 연결하며 많은 자동 기능과 본능적인 반응에 관여한다.
훔볼트대 연구진은 2016년 쥐의 배와 등을 간지럽히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50㎑의 초음파로 소리를 지르고, 숨바꼭질을 놀이로 인식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 등을 밝혀낸 바 있다. 인간에게 놀이는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동물의 놀이 행동은 전통적인 신경생물학에서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놀이를 연구한 신경 데이터가 부족한 데다 특별한 이득이 생기는 것이 아닌 그저 자유롭고 즐거울 때 보이는 행동이기에 연구가 어려운 탓이다.
연구진은 인간과 쥐가 어떻게 웃고 노는 능력을 공유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쥐가 웃거나 간지럼을 탈 때 정확히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살폈다.
먼저 브레히트 교수와 동료들은 며칠 동안 쥐들을 실험실의 상자에서 안정시켰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안정된 쥐보다 간지럼을 받을 때 웃을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이다. 그런 뒤 손으로 쥐와 놀아주며 술래잡기 게임을 벌였다. 손으로 쥐를 뒤쫓거나 쥐가 손을 쫓게 하였다. 그러고는 등과 배를 간지럽히면서 쥐의 발성을 녹음했다.
또 한 쌍의 쥐를 한 상자에 넣고 서로 어울리고 놀 수 있도록 한 뒤 유사한 녹음을 진행했다. 더불어 쥐의 소리를 녹음하는 동시에 이식된 장치를 통해 쥐들의 뇌세포 활동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쥐가 웃을 때 중뇌의 회색질 측면 기둥이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화학물질을 이용해 이 부위의 기능을 억제하자 쥐들은 덜 놀고, 자주 웃지 않았다. 또 스트레스를 받은 쥐가 어떻게 행동하기 알아보기 위해 쥐를 새로운 우리에 넣고 이 게임을 반복했는데, 이때에도 회색질이 억제되었을 때와 비슷하게 웃거나 놀려는 경향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쥐들이 놀이하거나 간지럼을 타는 동안 중뇌 회색질의 개별 세포들의 활동도 기록했는데, 간지럼을 탈 때뿐 아니라 접촉이 없이 추적을 당할 때도 동일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포착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은 단순한 촉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미에 의한 반응일 거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패턴이 다른 장난기 많은 포유류에서도 적용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브레히트 교수는 “쥐는 간지럼을 잘 타고 정말 장난기가 많은 동물이다. 사람들은 흔히 쥐의 놀이 행동을 유치하고 단순하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놀이는 포유류의 두뇌 성장에 도움이 되고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도 기여한다”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신경과학자 제프리 버그도프 교수는 장기적으로 이 연구 결과가 기분 장애 치료를 위한 놀이의 중요성을 밝히고 인간의 우울증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사이언스뉴스에 말했다.
인용 논문: Neuron DOI: 10.1016/j.neuron.2023.06.018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영국 스카우트, ‘새만금 잼버리’에서 철수하기로
- “6월 리허설 때도 찜통”…허허벌판 잼버리 예고된 나라망신
- 외출 공포…“살해협박 글을 일기예보처럼 매일 봐야 하나”
- 교사에 흉기난동 20대 “과거 제자…안 좋은 기억 있어 범행”
- [단독] ‘잼버리 폭염 예산’ 두달 전 묵살…정부, 100억 뒷북 지원
- 경찰, 왕십리역 ‘살인 예고 글’ 게시 20대 검거
- ‘사진 따귀’ 노인회장에 “후대 모범 아니다…명백한 폭력”
- 중국, 한국인 마약사범 사형 집행…외교부 “유감”
- 백화점 흉기난동 무방비…보안요원 ‘맨몸’으로 범인 뒤쫓기도
- 타는 햇볕에 진흙밭, 그래도 축제…잼버리 즐기는 아이들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