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학부모 악성 민원 규명 한계…수사로 밝혀야"[일문일답]
"부적응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고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 당국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동료 증언 등을 바탕으로 고인이 문제행동 학생의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학부모 민원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진행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말했다.
장 차관은 "조사가 방학 기간에 이뤄졌으며 고인과 관련한 업무용 PC,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된 상황이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학부모 악성 민원이 지속적이었는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민원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고인이 2년차 신규 교사로서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떠맡았을 가능성 역시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동료 교사들은 고인을 '워낙 꼼꼼하고 열심히 하고 의욕이 있는 교사'라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장 차관, 설세훈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함영기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과의 일문일답.
-합동조사에서 학부모들의 '갑질' 여부를 조사했나.
(장 차관) "학부모를 소환하거나 진술을 듣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갑질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공개된 고인의 상담일지에는 '연필 사건 이후에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지만 그 이후 여러 번 학부모 전화가 걸려 왔다'고 적혀 있는데 경위를 파악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 차관) "고인의 휴대전화와 업무용 PC, 학급일지나 개인의 기록 등이 경찰에 가 있다. '연필사건' 관련 지난달 14일 이후 고인에게 추가적인 민원 등 여부는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인이 일명 '연필 사건'과 관계된 학부모들과의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림을 당했나.
(장 차관) "'연필 사건' 관련된 두 명의 학생이나 다른 문제행동 학생 두 명에 대한 진술이나 근거를 보더라도 지속적으로 '악성민원이 있었다'라는 것은 나타나 있지 않다. 저희가 수사 당국이 아니라 학부모 진술을 받아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인이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필 사건' 관련 학생의 조부모나 외조부모까지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확인을 못한 것인가.
(장 차관) "학교에서 학생의 부모 또는 외조부모, 친조부모 등 친척의 직업 관계 등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정확한 개인정보와 가족관계를 대조해봐야 정확한 관계가 나오지만 우선 성명을 대조해봤을 때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다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수차례 전화 통화로 힘들어 했고 개인 전화번호 유출에 대해 고충을 겪었는데 이에 대해 확인하려는 시도는 없었나.
(장 차관) "경찰 수사에서 다뤄지고 확인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에 추가로 수사를 의뢰한 내용이 있는가.
(장 차관) "따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대로 경찰도 파악을 하고 수사에 참고를 할 걸로 알고 있다."
-합동조사 결과 고인의 사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장 차관)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추가적으로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동료 교사들의 증언이나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학교 부적응 학생과 같은 반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학습지도나 학교생활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지 않나 추정된다.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부재중 전화가 엄청 걸려왔다', '통화에서 학부모가 엄청 화를 냈다', '개인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굉장히 불안하다'는 증언 등을 보면 학부모 민원에 대해서도 (고인에게)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않았나(추정한다).
여기에 더해 학기 말 나이스 업무나 각종 기록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몰려 있었지 않나.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해 볼 수 있다."
-학교 측이 사건 발생 직후 발표한 입장문 초안에는 '연필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최종안에서 빠졌다. 입장문은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 작성한 것인데 '언론에 보도돼 제외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함 국장) "입장문 초안에는 '양쪽의 학부모가 잘 화해하고 해결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일 최종 입장문 발표 직전 일부 매체가 '고인은 1학년 담임 반 학부모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시달림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저희는 '연필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이 있었을 개연성을 보고 종합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학교에서는 입장문이 발표되기 전 학부모에게 입장문을 보여준 적이 있나. 학부모들이 수정을 요청한 사실이 있었나.
(함 국장) "학부모 대표들이 단순 열람했고 수정을 요청한 사실은 없었다. 일명 '연필 사건'이나 문제행동 학생과 관련한 학부모들은 그 중에 없었다."
-고인은 문제행동 학생에 어려움을 겪었고 교감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학교 차원의 대응 매뉴얼이나 특수교육대상자와 같은 개벌 학습계획이 세워져 있었는가.
(장 차관) "고인이 화내고 짜증내고 막말하는 문제행동 학생을 교감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토로하자 교감이 (고인에게) '학부모에게 심리검사 또는 상담을 할 것을 권유하라'고 조언해 준 것이다. 문제행동 학생이 생겼을 때 특수교육대상자처럼 개별 교육계획을 마련하면 좋겠지만 현 시스템 상으로 별도의 개별적인 플랜(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고인이 맡았던 1학년 담임,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업무가 신규 교사라 떠밀리듯 맡았을 가능성은 없었나.
(장 차관) "담임 배정 절차가 있다. 학기 초에 희망서를 제출하고 가배정을 한 뒤 인사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친 다음 학교장이 결정한다. 원칙은 본인의 희망을 가장 중시하는 쪽으로 돼 있다. 고인의 희망서에 '1학년을 다시 해보고 싶다'라는 희망이 나타나 있었고 절차를 거쳐 배정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스 업무도 학기 초에 담당 업무를 배정을 할 때 '담당업무희망서'를 제출하고 학교 차원에서 본인의 희망을 원칙으로 하되 업무의 곤란도 등을 나름 그레이드(등급)를 매겨서 정한다. (고인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나이스 업무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는 동료교사 진술이 있었다.
고인은 (교사들 간의) 업무 카페에 미리 가입하는 등 워낙 꼼꼼하고 열심히 하고 의욕이 있는 교사로서 열성적으로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고인은 평소 좋은 자료를 동료 교사에게 자주 공유해줬고 '4세대 나이스'로 바뀌면서 오류가 많아도 '일은 많지만 언젠가 해결되겠지'라 밝혔다는 진술도 있었다.
종합해 볼 때 신입이라며 희망과 상관없이 업무를 떠맡기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인이 문제행동 학생에 과도한 고충을 겪었는데 운이 안 좋아서 많은 학생을 떠안게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장 차관)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특성이 있다. 새로 입학을 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서, 행동적인 것들을 학교에서 미리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반 배정이 이뤄진다.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그런 학생들을 분산하거나 (교육을) 잘할 수 있는 교사에게 배정을 하는 것들을 갖추고 있는데 입학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교권보호 종합대책이나 관련 고시를 마련할 때 문제행동 학생이 한 쪽으로 몰려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찾아 보겠다."
-합동조사 결과 서이초 시스템 운영상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나.
(장 차관)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 정해놓은 매뉴얼을 안 지키거나 위법한 일은 없었지만 악성 민원이나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방법 또는 매뉴얼이 부재한 부분이 많다. 서이초만의 문제라기보다 학교 현장 민원과 교권보호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
서이초 사안과 관련해서 학교에서는 관리자가 사안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노력은 나름대로는 있었다. 방치하거나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한 정황이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없었다."
-고인 외에도 서이초의 다른 교원들이 민원·항의 등으로 많은 고충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원보호시스템 만족도나 그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지에 대해 어떤 의견이 나왔나.
(장 차관) "학부모 민원대응시스템과 교권침해에 대해 (서이초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있고 별도의 민원처리반을 구성해 달라는 제언도 해줬다.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서울시교육청과 상의해 확실한 민원대응시스템을 갖춰 나가야 될 것으로 판단한다. 민원처리시스템이 학교별로 맡겨져 있다. 표준화된 모델을 여러 개 주고 학교 여건에 맞게 택하거나 학교가 (민원대응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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