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앤팩트] 韓 개발 초전도체 진위는?...초전도체 연구진 "검증 도울 것"
[앵커]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과학계를 포함,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미국과 중국에서 이 발표 내용이 진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반면, 국내의 한 초전도 관련 학회는 해당 물질이 초전도체라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초전도체의 진위는 뭔지, 연구진의 입장은 뭔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최소라 기자!
먼저 초전도체가 무엇인지 짚고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초전도체는 두 가지 특성을 만족해야 하는데요.
전기 저항이 제로여서 전류가 굉장히 잘 흘러야 하고, 또 자기력이 있는 자기장에서 자기력을 밀어내는, 예컨대 자석 위에 둥둥 뜨는 특성도 보여야 합니다.
이런 물질이 개발되면 전기를 손실 없이 100% 전달할 수 있어서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요.
자기부상열차나 핵융합 장치와 같이 현대 기술 한계로 아직 개발되지 못한 '꿈의 장비'를 만드는 길도 열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초전도체 개발에 100년도 넘게 노력해왔는데요.
지금까지는 -200℃보다 더 차가운 조건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이 몇 번 나왔고요.
올해 초 미국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대기압의 만 배 이상 높은 기압을 줘야 하는, 여전히 비일상적인 조건 초전도체만 보고됐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이번 연구는, '상온', 그러니까 20도 내외에서, 그리고 '상압', 1기압 내외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났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일상적인 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 LK-99를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는 겁니다.
논문을 보면, 126.85℃ 이상일 때 저항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그 밑에서는 전기 저항이 없다는 겁니다.
또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 자기장 안에서 둥둥 뜨는 '부상' 현상을 확인했다고 나옵니다.
LK-99의 구성 성분은 납과 구리, 인, 황과 같은 친근한 원소고요, 합성 과정도 공개됐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틀림이 없다면, 노벨상을 받는 건 당연할 정도로, 과학계 숙원을 한 번에 날릴 획기적인 발견입니다.
다만, 연구진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초전도체 상용화와 관련해서는 응용처에 따라 추가 연구와 발전·개선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특정 분야에선 LK-99가 기존 소재보다 우수해서 상용화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선 물리적 특성이나 가격 측면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도 전해왔습니다.
[앵커]
이번 발표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학술지가 아닌 아카이브에 실렸다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요?
[기자]
이 연구 내용이 실린 건 아카이브라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이와 달리 일반 연구결과는 논문 여러 편을 묶어서 공개하는 학술지에 실려서 발표되곤 합니다.
따라서 학술지 권위에 따라서, 예컨대 네이처냐, 셀이냐, 네이처 자매지냐에 따라 논문의 수준이 평가됩니다.
학술지는 논문을 면밀히 검토하고 실어주기 때문에, 일단 유력 학술지에 실렸다면 연구가 어느 정도 독창적이고 믿을 만하구나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검토 과정 없이 누구든지 연구 내용을 게재할 수 있는 아카이브에 공개된 겁니다.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뿐이지, 엉터리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연구를 학술지에 싣기 전에 메드 아카이브나 바이오 아카이브에 공개하는 문화가 활발해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연구 결과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알아보려면, 동료 학자들이 실험을 재현해서 결괏값이 똑같이 나오는지 검증하는, 이른바 피어 리뷰(peer review)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는 적어도 일주일,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앵커]
검증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기자]
아직 이렇다 할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발견의 진위 여부에 대한 반응은 거의 반반으로 보입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유수 언론에 따르면,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과학자는 논문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팀은 논문대로 LK-99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이 물질이 자기장에서 둥둥 떴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초전도체의 또다른 특성인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국내에서 검증위가 꾸려진다고 하는데,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문을 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서울대 김창영 교수를 위원장으로 상온 초전도체 검증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습니다.
학회 측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LK-99가 일반적인 초전도체의 특성을 대변하지 못한다면서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공개된 데이터와 영상으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고요.
초전도체는 저항 제로와 완전반자성, 둘 다 만족해야 하는데, 두 가지 특성 모두 기존 초전도체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논문 내용이 틀렸다, 맞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학회 측은 연구진 측에 샘플 제공을 부탁했고, 성균관대와 고려대, 서울대에서는 실험을 재현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에 대한 연구진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연구에 참여한 논문 저자, 김현탁 윌리엄앤메리대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검증을 도울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습니다.
기관 등에서 검증 계획서를 보내온다면 계획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초전도체가 전 세계적인 초미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에 모든 기관에 샘플을 무한정 제공할 수도 없을 겁니다.
연구진도 샘플을 만들려면, 제조 장비가 있어야 하고, 인력도 필요해서 제조량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에선 논문을 보고 직접 샘플을 만들고 있고, 국내외 학자들도 스스로 검증을 하고 있는데, 샘플을 제공해달라고 하는 데 대해서는 적극 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조만간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과학뉴스팀에서 최소라입니다.
YTN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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