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상선에 무장 병력 배치 검토”···이란 상선 나포 대응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선박 나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장한 해병대와 해군을 민간 선박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미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이 40㎞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가는 곳이다.
AP통신은 네 명의 관리를 인용해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며 미군과 미국의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관리들은 해병대와 해병 승선은 해당 선박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뤄질 것이며 선박이 소속된 국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실제 실행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한 관리를 인용해 아직 최종 승인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안에 실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현재 미군이 고려 중인 조치는 1988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으로 미 해군과 이란군의 교전으로까지 이어졌던 이른바 ‘유조선 전쟁’ 당시에도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처럼 전례 없는 조치를 고려 중인 것은 최근 걸프 해역에서 이란군의 민간 상선 나포 시도가 이어져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관리는 WP에 지난 5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유조선 리치몬드 보이저에 총격을 가한 사건이 미군이 상선에 무장 병력 배치를 고려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이란군은 미군 구축함이 출동하자 비로소 물러났다. 이란은 지난 6월에도 고속정 세 척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나포하려 했으나 미군과 영국군의 군함이 출동해 실패했다.
이란은 지난 4월과 5월에는 유조선 두 척을 나포했다. 미군에 따르면 이란이 지난 2년간 나포했거나 나포를 시도한 민간 선박은 20척에 달한다.
이에 미군은 최근 걸프 해역에서 미군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수륙양용 공격함인 USS 바탄을 비롯한 군함 3척으로 구성된 바탄 상륙준비단이 지난달 초 버지니아주 해군기지를 떠나 곧 걸프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최신 F-35 전투기와 F-16 전투기, A-10 썬더볼트 II 전폭기,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 등도 걸프 해역에 배치됐다.
WP는 무장한 미군이 민간 선박에 승선할 경우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관리는 AFP통신에 이는 전적으로 이란군에 달린 문제라면서 이란군이 국제법에 따라 적법하게 행동한다면 양국 군이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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