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해병대 수사단장 '해임' 논란에… "명령 어겼다"
"정확한 사실 관계만 경찰에 넘기는 게 맞아… 경찰도 동의"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고를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을 이유로 보직 해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에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자료 내용 중 일부가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민간 경찰로 이첩하는 시기를 늦추라고 지시했는데도 해병대 수사단장이 이에 응하지 않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군 당국의 이 같은 조치야말로 경찰 수사에 영향을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장관은 채 상병 사고 조사와 관련, '경찰 수사 역량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가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자료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그 추가 검토를 이유로 해병대 측에 경찰 이첩을 보류토록 지시했다.
이후 이 장관은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위해 출국했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장관 복귀 후 지침에 따라 채 상병 사고 관련 사항을 경찰에 이첩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 같은 지시를 어기고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담은 자료를 민간 경찰에 이첩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기록 이첩 과정에서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가 발생해 해병대 사령관은 수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며 "국방부 검찰단이 이 위반 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겼던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도 이달 2일 회수했다. 국방부는 해당 기록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한 뒤 다시 경찰에 이첩한다는 계획이다.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사고 조사 기록엔 채 상병 소속 부대 지휘계통 관계자들에 대해 과실치사 등 특정 혐의를 제기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항이 해병대 수사단의 기록을 경찰로부터 회수한 직접적인 배경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의 법무 검토 결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요소는 빼고 정확한 사실관계만 경찰에 넘기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해병대 수사단장이 중대한 군기위반 행위를 저지른 만큼 해당 자료를 경찰이 정상 접수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고, 경찰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행 '군사법원법'은 군인 사망 사건과 성범죄, 입대 전 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을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에 불필요한 압력을 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를 문제시하는 건 아니다"며 "전체 조사 기록 중 일부 우려가 있는 부분만 제외하고 경찰에 이첩할 것이다. 또 수사단장이 왜 지시를 어기고 서류를 제출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군 당국이 채 상병 사고 관련 사항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은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민간) 경찰에서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앞으로 재정리해 경찰에 보낼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기록엔 해병대 수사단이 당초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한 과실 여부 또는 혐의 판단을 위해 조사했던 부대 관계자들에 관한 사항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민간 경찰은 관련자들을 다시 조사해야 하는 건 물론, 이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대상이었던 인물이 부대 사정을 잘 모르는 경찰 수사에선 제외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면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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