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산책로, 미식의 즐거움, 숲 속 여행".. 제주올레가 여름을 품고 폭염을 마주하는 방법
여름 '100%' 제주올레를 즐기는 방법
"야외걷기 통한 더위 극복, 건강 관리"
# 온몸을 뒤덮는 폭염의 열기와 갑작스런 폭우도 씻어낼 수 없는 오감의 향연입니다. 이 여름, 길을 따라 펼쳐지는 계절의 경험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방법입니다. 총천연색, 편안한 소리들, 즐거운 맛들, 흥미로운 질감, 상쾌한 향기가 혼재돼 내딛는 발걸음마다 독특한 감각을 전합니다. 터키석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노천탕마냥 온몸을 적셔도 좋습니다. 맨발 밑에서 거친 모래들이 기분 좋게 까슬거리는게 제법 따뜻합니다. 혀 끝을 맴도는 제철 음식의 맛, 바다의 도취적인 향기,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맞물리면 어느새 활기찬 여름색이 캔버스를 채웁니다. 제주 올레길, 매혹적인 저마다의 코스가 품은 감각의 여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여름철을 보낼 수 있을까’를 화두로 (사)제주올레가 전하는 여름철,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제주올레 걷기입니다.
■ 4코스.. "물놀이 대세 '스팟', 락풀이 뜬다"
'락풀(Rockpools)'은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는 작은 웅덩이로, 많은 바다 생물이 서식하는 천연 수영장입니다. 일반적으로 조간대(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로 알려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만조 때 바다로 덮여 있지만 간조 시에는 노출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커다란 암석으로 둘러싸인 파도에 휩싸일 위험이 크지 않아 여름 물놀이 혹은 스노클링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주올레 길 주변 락풀 명소를 소개합니다.
눈부신 백사장에서 시작되는 올레길 4코스에 위치한 토산포구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레길을 걷고 물놀이를 즐긴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토산포구는 겉보기와 달리 수심이 깊은 구간이 꽤 많아 물놀이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올레길 4코스는 그리 험난하지 않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오래 걸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지구력이 요구됩니다. 쉬면서 걷는 게 꼭 필요한 여름, 올레길 4코스를 걷다가 토산포구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머지는 다음 날 마저 걷는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보길 권합니다.
■ 6코스.. "포기할 수 없는 제철 음식, 식도락 여행 어때?"
도보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제주 음식을 맛보는 일입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 수국이라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제주의 제철 식재료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치입니다. 6월부터 9월까지 무더운 여름이 제철인 한치는 한치회, 한치구이 등 다양한 요리가 있지만 살얼음이 띄워진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한치물회를 찾는 사람들이 유독 많습니다.
쇠소깍 다리를 출발해 서귀포 시내를 거쳐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이어지는 올레길 6코스는 해안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고 서귀포 시내를 걸으며 서귀포의 문화와 생태를 접할 수 있습니다. 6코스는 정방폭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점이 있고 종점 부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 있어 식도락 여행에 제격입니다. 여름에 6코스를 걷는다면 자리돔과 한치는 꼭 맛봐야 합니다. 특히, 보목리에서 잡히는 자리는 크기가 작고 뼈가 부드러워 물회와 잘 어울립니다. 이맘때쯤 보목포구에는 자리를 사거나 맛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으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얼음 가득한 새콤한 물회 한 입이면 더위는 싹 가시고 만족스럽게 부른 배만 남습니다.
■ 14-1코스.. "길을 완주하고 무성한 미지의 숲길로 한 발"
올레길을 걷다 옆으로 잠시 새거나 혹은 주변 아름다운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이열치열로 올레길을 꼭 완주하고 싶다면 곶자왈의 무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14-1코스를 추천합니다. 저지마을에서 시작해 밭을 지나 문도지오름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사방의 오름, 저 멀리 풍력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햇볕이 거의 들지 않아 서늘한 곶자왈을 지나, 어느새 길은 초록물결이 넘실대는 녹차밭으로 발걸음을 이끌면서 마무리됩니다.
14-1코스는 문도지오름을 제외하면 평탄한 코스며, 길이가 짧아 3-4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습니다. 특히, 풀과 나무들로 무성한 곶자왈이 품고 있는 생명력이 가득한 이곳은 대부분 그늘 아래 있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해 걷기 좋은 코스입니다. 종점에 있는 드넓은 녹차밭 오설록을 구경하고 녹차아이스크림 한 입에 더위가 가십니다.
■ 14코스와 19코스.. "여름이면 빠질 수 없는 물놀이, 바다를 맛보다"
탁 트인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몸은 덥지만 가슴엔 시원함이 채워집니다. 여름철 제주 바다는 쨍한 햇빛과 대비돼 더 푸르고 맑은 빛깔이 넘칩니다. 물 속으로 뛰어드는 건 자유지만, 이왕 여름 제주를 만끽하고 싶다면 다이빙을 추천합니다.
14코스는 고요한 숲길에서 시작해 물빛 고운 바당 올레가 어우러진 길입니다. 정겨운 농촌 풍경과 밭길을 지나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다 바다가 반기는 지루할 틈 없는 여정입니다. 제주에서 바다색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금능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이 나란히 붙어 모래가 은빛으로 빛납니다. 수심이 얕고 경사도 완만한 바다는 남녀노소 해수욕을 하기 제격입니다.
바다와 오름, 숲, 마을 등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19코스도 물놀이를 즐기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항일운동의 현장인 조천만세동산과 4.3 당시 큰 피해를 입은 북촌리의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제주 근현대사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곱고 흰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함덕서우봉해변은 에메랄드 빛 바다가 감탄을 절로 자아내는 물놀이 명소로, 관광객들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습니다. 야영장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올레길을 걷다 잠시 땀을 식히며 쉬기 좋습니다.
■ "계절은 계절대로 즐기는게 방법"... '놀멍' '쉬멍'
여름 올레길 걷기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많은 체력을 요구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엔 잡풀과 잡목, 해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복장을 갖추는 것이 필수로 통풍이 잘 되는 긴 상의나 팔토시, 긴 하의를 착용하길 권합니다. 뜨거운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화상 위험이 있어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햇빛을 가리고 가장 무덥고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전 11시에서 2시 사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게 좋습니다.
또 강한 햇볕에 습도가 높은데다 열 방출이 잘 되지 않아 탈수가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갈증이 나지 않아도 1시간에 한 번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하는게 좋습니다.
제주올레 관계자는 "한 여름, 올레길 걸을 때에는 한 코스를 끝내기 위해 무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완주를 목적으로 걷는 것도 좋지만, 한 여름만큼은 '놀멍', '쉬멍' 여유롭게 올레길을 즐겨보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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