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와중에...中허베이성 1인자 “베이징 위한 도랑 되자” 망언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8. 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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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홍수 피해를 입은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서 2일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수도(베이징)를 위해 허베이성은 해자[護城河·성 주위에 판 도랑]가 됩시다”

중국이 태풍 ‘독수리’ 영향으로 140년만의 최대 폭우 피해를 입은 가운데 베이징 인근 지역인 허베이성의 니웨펑 당서기(도지사 격)가 이 같은 발언으로 비난 받고 있다. 허베이성은 이번 폭우로 9명이 숨지고 123만명이 긴급 대피한 지역이다. 그런데도 성(省)의 일인자가 중앙 정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이다.

허베이신원롄보에 따르면 니웨펑은 지난 1~2일 찾아간 허베이성 바오딩시와 슝안신구의 재해 현장에서 “(홍수 치리를 위한) 저수 구역을 순차적으로 개방해 베이징의 홍수 방지 압박을 줄이고, 결연하게 수도를 위한 해자가 되자”고 했다. 베이징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저수 능력을 조절해야 한다면서 허베이성을 ‘해자’에 비유했다. 해자는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성(城) 주위에 조성한 도랑을 뜻한다.

니웨펑의 이같은 발언은 허베이성이 이번 폭우에서 베이징을 보호하기 위한 ‘저수지’가 됐다는 의혹이 퍼진 가운데 나왔다. 지난 1일 중국 수리부(水利部) 리궈잉 부장(장관)은 폭우 대책 회의에서 “수도 베이징과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을 홍수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2일에는 중국농업대 연구진이 베이징 등의 홍수 치리를 위해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줘저우시 인근을 포함한 허베이성 7개 지역에서 집수 시설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허베이성 당국이 홍수 물길을 베이징이 아닌 허베이로 향하도록 설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니웨펑의 ‘해자 발언’ 또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1억회 넘게 조회됐다. “당신이나 베이징의 해자가 되라” “니웨펑은 허베이성에서 떠나라” 등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중국을 덮친 폭우로 인해 허베이성에서는 123만 명이 긴급 대피했고, 최소 9명이 숨졌다. 특히 피해가 컸던 줘저우시에서는 여러 마을이 물에 잠겼고, 주민들은 고립됐다. 줘저우시 주민들은 “인근 하천의 수문 개방 통보를 사전에 받지 못했고, 대피 안내도 없어 피해가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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