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금요일'…전국서 동시다발 흉기 테러·살인 예고(종합2보)
"무서워서 택시 탔다"…흉흉한 사건들에 시민들 불안 확산
(서울=뉴스1) 조현기 서상혁 김예원 원태성 장성희 기자 =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이른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 상가에서 흉기 소지자가 검거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 주요 지하철역과 부산 서면역에서 테러를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공포'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테러가 예고된 잠실역을 거쳐 출근하던 시민들 가운데는 도중에 내려 택시를 타고 이동한 사례도 있었다.
국가 주요 시설이 있는 용산과 혜화역 일대는 물론 전국으로 '흉기 테러' 위협이 확산하면서 휴일을 하루 앞두고 '공포의 금요일'이 연출되고 있다.
◇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후 하루만에 서울 전역으로 '살인예고' 확산 중 4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 상가에서 흉기를 든 20대 남성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흉기를 든 괴한이 있다"는 상가 보안요원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가 소지했던 흉기 두 자루를 압수했으며 현재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하는 등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다만 A씨는 기존 '흉기 테러범'과 달리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테러(폭력) 예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서울지하철 4호선)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했다. 혜화경찰서는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 넘겼다.
전날(3일) 수인분당선 서현역에서 발생한 불특정 대상을 겨냥한 흉기난동 사건 후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서 '살인 예고'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오전 디시인사이드에는 오전 10시6분쯤 "용산에서 칼부림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현재 용산 일대에서 범죄 정황을 파악 중이다
또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을 테러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2시10분 커뮤니티사이트 디시인사이드 한석원 갤러리에 "내일 5시 윤석열 집 앞에 폭탄 설치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인터넷 주소(IP) 등을 분석해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담당 경찰관서에 배당해 작성자를 검거할 예정이다.
작성자는 특히 정부 입시정책 때문에 수능을 포기했다며 "경찰력이 총동원되는 동안 내가 지옥을 보여주마"라고 적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실제 테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통령 관저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서 유사한 범행을 시도하겠다는 협박 글이 잇따라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강남역 △논현동 일대 △잠실역 △한티역 등 서울 시내 4곳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협박 글을 신고받고 작성자 추적에 나섰다.
부산 지하철에서도 "내일(4일) 서면역 5시 식칼 들고 찾아가겠다"라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작성자 추적과 검거에 대비하고 있다.
또 전날 사고가 발생한 서현역과 관련해 "서현역 금요일 한남(한국 남자)들 20명 찌르러 간다"라는 추가 살인을 예고한 글이 올라왔고, 사고 발생 지역에서 약 6㎞ 떨어진 수인분당선 오리역에서도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라는 내용의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다.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대가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범인을 검거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출근길, 환승하려다 무서워서 택시 탔어요"…잇단 살인예고에 시민들 '공포'
유사한 범행을 시도하겠다는 협박 글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살인이 예고된 잠실역을 매일 아침 환승하고 있다는 A씨는 "출근길에 늘 잠실역에서 환승한다"면서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중간에 내려서 택시 탔다"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어 "서현역, 신림역도 누군가에게 매일 오갔던 길이고 내게 잠실역이 제게는 그런 길"이라면서 "매일 평화롭게 오가던 곳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은 피할 수 없어 더 두렵다"고 고백했다.
아예 불안을 호소해 출근길 대신 재택근무로 전환한 직장인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은 "직종 자체가 재택이 가능하다"면서 "솔직히 어제 뉴스 보고 좀 불안했고 퇴근길도 불안해 재택근무를 승인 받아서 아침에 일어나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성남시 분당 지역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분당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한 박모씨(34·남)는 "판교에 있는 회사 가려면 수인분당선 타야 되는데 오늘은 안 탄다"면서 "좀 우회하더라도 택시나 다른 교통편으로 가려고 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어 "이따가 퇴근길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중·고등학교 모두 분당에서 나오고 현재까지 거주 중인 양모씨(32·남)도 "여기 20년 넘게 살았는데 최근에 정자교 다리 붕괴에 이어서 흉기난동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라면서 "출근하는데 지하철 안 탈 수도 없고 계속 두리번거리고 신경쓰면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성남 계원예고에 재학 중인 안모양(15·여)는 "온라인커뮤니티가 문제인 거 같다. 거기서 살인예고가 올라온다"며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들 세상처럼 만들아놓고 그러는게 좀 걱정이고 무섭다"고 정부 차원에서 극단적인 글들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 대한 제재 필요성을 촉구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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