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과 선글라스가 늘 날아다녀” 김하성 안 되면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 누가 받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최고의 타자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가장 열정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임은 분명하다. 공‧수‧주에서 모두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다. ‘허슬 플레이’의 상징이다.
김하성의 유니폼은 항상 더럽다. 수비나 주루에서 몸을 날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부상 위험이 커 다른 선수들이 꺼리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밥 먹듯이 한다. 결과가 성공적이든 그렇지 않든, 팬들에게는 큰 울림을 준다. 그런 김하성은 펫코파크의 홈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성원을 받는 선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 김하성이 나올 때마다 팬들은 ‘하성 킴’의 이름을 목청 높여 부른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최근 김하성의 특집 기사에서 ‘마치 텍사스 트위스터에 걸린 듯 헬멧과 선글라스가 일상적으로 날아다니는 이 2루수는 야구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 중 하나로 조용히 등극했다’고 재치 있게 평가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주루하는 과정, 그리고 몸을 날리는 과정에서 헬멧이 벗겨지는 일이 많은 김하성의 올 시즌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다. 그리고 그 허슬플레이가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은퇴선수협회(MLBPAA)는 4일(한국시간) ‘2023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 후보 30인을 발표했다. 은퇴 선수들이 위원회를 구성해 선정하는 이 상은 야구에 대한 열정, 헌신, 경기에 대한 가치, 정신 및 전통을 가장 잘 구현하는 선수에게 수여한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야구라는 경기에 대한 ‘존중’과 ‘진심’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선정하는 만큼 워크에식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선수들이 봤을 때도 김하성은 야구라는 스포츠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는 것이다. 각 팀별로 1명씩이 선정됐고, 총 30명 중 최종 승자는 오는 11월 중순 발표된다. 꼭 최종 수상자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팀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으니 김하성으로서는 큰 감격이다.
김하성 또한 수상 후 SNS를 통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고 적었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인정받은 것에 대해 감격한 눈치다. 사실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백업 선수부터 시작,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매사 최선을 다했던 김하성의 가치가 재조명된 건 큰 의미가 있다.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를 최종 수상한 선수들의 명단만 봐도 은퇴 선수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난다. 데이비드 엑스타인(2005년), 크레이그 비지오(2006~2007년), 그레디 사이즈모어(2008년), 알버트 푸홀스(2009년), 로이 할러데이(2010년), 토리 헌터(2011년), 마이크 트라웃(2012년), 더스틴 페드로이아(2013년), 조시 해리슨(2014년), 앤서니 리조(2015년), 토드 프레이저(2016년), 브렛 가드너(2017년), 무키 베츠(2018년) 등 수상자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로 유명했다.
한국인 선수로는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를 수상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시절과 신시내티 시절 두 차례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 바 있다. 추신수 또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유명했다. 한국인 선수들은 대개 워크에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었고, 김하성의 이번 수상 또한 후배들의 앞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허슬플레이만 하는 게 아니다. 올해는 야구도 최고로 잘한다. 김하성은 4일 현재 시즌 104경기에서 타율 0.284, 15홈런, 41타점, 2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8이라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수비력이 리그 최고로 공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까지 불을 뿜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각종 매체에서 집계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죄다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자 평가에서 조금 더 공신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팬그래프’의 집계에서는 4.1의 WAR을 기록해 야수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아직 시즌이 한참 남았는데도 지난해(3.7) 기록한 WAR을 벌써 뛰어넘었다.
김하성의 앞에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후안 소토(샌디에이고), 루이스 로버트(시카고 화이트삭스)만 위치하고 있다. 이 쟁쟁한 스타들과 김하성이 WAR 순위를 놓고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김하성이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트 앤드 허슬 어워드’는 그 과정에서 만든 또 하나의 값진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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