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장기적 안보 공약 협상 시작... ‘이스라엘식’ 공식화 수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장기적 안보 공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미 국무부가 3일(현지 시각)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나토 회원국 가입이 이뤄지기 전까지 미국이 어떤 형태로 안보를 보장할지 공식적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오늘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회의 대표가 우크라이나 카운터파트를 만나 양국 간의 장기적 안보 공약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며 “우리의 양자 안보 공약은 우크라이나가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병력을 갖도록 보장하면서 미래 러시아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로이터 통신에 공개한 협상 사진을 보면 이날 협상은 워싱턴DC의 미 정부 대표단과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단이 화상 회의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기 상조”라며, 그 대신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기 전까지 미국이 ‘이스라엘식 안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회원국 일국에 대한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 5조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전체가 러시아와 전쟁을 해야 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이 다른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민주화부터 여러 다른 범주의 사안까지 (회원 가입) 조건을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절차”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나토 가입 절차를 밟는) 그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안보를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당초 신속한 나토 가입을 원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 같은 설득에 나토 가입은 “종전 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주요7국(G7) 정상들은 빌뉴스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란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지지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G7 각국이 우크라이나와 현대식 무기 지원, 방위 산업 기반 개발, 군 병력 훈련, 정보 공유, 사이버 보안, 경제 재건 등을 포함하는 구체적 양자 간 장기 안보 공약이나 합의를 논의한다는 대목도 있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이번 협상도 이 프레임워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국무부는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공식적 군사 동맹을 맺은 적이 없지만, 1981년 체결한 전략적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 MOU는 미국의 무기 등 군사력 지원, 연합 군사 훈련, 미 6함대의 이스라엘 기항, 무역 통상 합의를 큰 축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양국의 협력은 줄곧 확대돼 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안보 협력 협상도 공식적 군사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이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공식화하는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또 “우크라이나 방위 기구와 산업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지원·개선하고 유럽-대서양 국가가 되려는 열망을 전진시키는 데 필요한 양호한 국가 운영 체제를 지지하기 위한 개혁 의제를 강화하는 것”도 협상의 주요 초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나토 회원 가입 조건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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