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게 답" 얼돼, 2년 침묵 깬 진짜 '얼굴'[인터뷰①]
얼돼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이날 정오 발매된 새 EP '얼굴' 관련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문신', '꿈뻑 (Feat. Rakon)', '손톱', '나 홀로 집에 (Extended) (Feat. Khundi Panda)', '바보', '자장가', '만나요' 등 7곡이 수록됐다. 그와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프레디 카소가 전곡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얼돼가 자신의 이야기로 꽉 채운 앨범 단위의 신보를 내놓는 것은 지난 2021년 3월 발매한 EP 'B.612'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그해 '경찰서 (Thieves) (Feat. QM)', '익절 (Feat. Don Mills)', '이모티콘 (Feat. D-Hack)' 등 세 곡, 올 초 '만나요 (silly dream)', '나 홀로 집에' 등 두 곡의 싱글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를 오래도록 기다린 리스너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얼돼는 2년여 년 만에 컴백한 소감에 대해 "정말 설레고 비로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이제 두 번 다시는 길게 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고 밝히며 웃었다.
활동을 잠시 멈췄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도 있었지만 사실 재미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부조화를 느낄 때가 많았고, 대체 뭐가 나인지를 모르겠더라.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결국에는 답이 없는 것이 해답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당연히 음악 작업은 계속 하고 있었다. 활동을 쉰 거지 작업을 쉰 게 아니다. 프레디 카소 형을 통해서 퀄리티 컨트롤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비록 곡을 버릴지언정 끊임없이 작업을 해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돼는 "그동안 내 심리는 '모든 것을 놔버리는 상태'였다"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 막막할 때마다 (프레디 카소가) 옆에서 계속 '해보자'고 해줬다. 어쩌면 그것이 새 앨범을 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싶다"고 '얼굴'의 시작점을 떠올렸다.
또한 "작업물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면서도 마음의 문을 닫은 상태라서 그게 잘 안 되더라. 전 소속사 문제로 우울증, 공황장애가 더 심해졌다. 원망 아닌 원망이나 화도 많이 났는데 내가 그 화살을 전부 나에게 돌리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프레디 카소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소중한 동료, 가족 같고 도사님 같은 사람"이라며 "얼돼라는 아티스트를 너무 잘 알다 보니까 얼돼 안에 프레디 카소가 같이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좋은 디렉팅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프레디 카소가 없었으면 나는 아마 음악을 못 했을 것"이라고 프레디 카소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표했다.
'얼굴'에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기운과 자조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이런 무드는 얼돼 특유의 감미롭고 독특한 보컬과 어우러져 높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얼돼 역시 앨범 기저에 깔린 음울한 기운을 언급하며 "이번 앨범은 자조적인 지점이 많다. 어쩌면 내가 나한테 쓰는 시간, 나를 알아보는 시간, 나를 인지하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한 지 10년이 다 되었으면 자신있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내 스스로를 좀 알고 싶었고, 그런 감정이 담겨서 다소 어둡고 자조적인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얼돼가 쓴 가사는 은유적이면서도 미사여구를 배제해 솔직한 매력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적절히 감정을 드러내는 솜씨가 단연 일품이다.
얼돼는 "예전에는 문맥의 개념을 모르고 마치 '라임 모음집' 같은 가사들을 썼다면 언제부턴가 (가사가) 좀 달리 써지더라. 모든 게 그렇겠지만 힙합은 '척'을 하면 구려진다. 예를 들어, 가사에 욕을 쓰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안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하는 거다. 나는 그런 맥락에서 달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음악적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문신'은 가슴에 새 타투를 하고 온 날 만든 곡"이라며 "내가 가끔 미쳐버릴 것 같을 때 타투로 푼다는 사실을 올해가 되어서야 알았다. 스스로가 부족하고 못난 걸 아니까 타투로라도 채워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문신' 비화를 밝혔다.
'바보'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가장 잘 담겼다. 특히 얼돼가 프레디 카소와 더불어 유독 아끼고 따르던 동료 장부립(Riby-J)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장부립은 2018년 7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바보'라는 곡에 대해 "올해 (장)부립 형 기일에 만든 곡이다. 내가 지난 2년 간 헤맬 때 (장부립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이번엔 꼭 유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고 장부립을 향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점점 나이를 먹으며 상대를 생각할 때 더 조심스러운 지점, 나아져야 하는 지점 같은 것이 생기지 않나. 그리고 그런 게 동반돼야 인간관계도 잘 유지되고 깊어진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고 산 것 같아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바보'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얼돼에게 음악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음악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즉답했다.
얼돼는 "당연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나중 모습을 그려보면 '이 상태라면 소멸돼도 상관 없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에게는 음악밖에 없다. 앞으로도 잘 되든 안 되든 음악을 할 거고, 언젠가는 성과를 낼 거라 믿는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랜만에 내놓은 새 앨범인 만큼 이런 저런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리스너들이 오래오래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이 얼돼의 가장 큰 바람이다.
얼돼는 "가사를 많이 봐주면 좋겠다. 음악을 빠르게 소비하는 세상이지만 가능하다면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들어주고, 오래 들어주기를 바란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꺼내볼 수 있는 앨범으로 남으면 좋겠다. 앞으로 안 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②에 계속)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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