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논의 급물살…법조계 찬반 분분
"흉악범 영구 격리 필요" vs "범죄 예방 효과 미미"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황윤기 기자 =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흉악범죄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행법상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과 극단적 형벌인 사형 사이의 간극을 메울 대안으로써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교정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을뿐더러 범죄 예방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4일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법무부, 경찰청과 연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형법 72조에 따라 무기징역 수형자가 2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될 가능성이 생긴다. 법은 '행상(行狀)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할 것'을 요건으로 삼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수형 태도와 교화 정도, 죄질과 재범 가능성 등을 골고루 따져 심사한다.
그러나 잔혹한 중범죄를 저질러 '기한이 없는 징역형'을 법원이 선고했는데도 사회로부터 잊힌 다음 가석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 피해자 등의 반발이 컸다.
현행법상 무기징역보다 무거운 형벌은 사형이 유일하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미 사형은 형벌로서 효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과 사형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상황에서 법원 일각에서는 중간 단계의 형벌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즉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2021년 4월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최신종(3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도 그가 가석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 재판장은 "그동안 실무 경험상 살인죄, 강간죄 등 강력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범죄자가 형 집행 중 가석방돼 다시 죄를 짓는 경우를 다수 접했다"며 "입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형태의 무기징역 제도를 조속히 입법해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된 국가로 분류되는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했다.
서울고법 역시 작년 1월 '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2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과 다를 바 없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일부 학계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피고인에 대한 형벌은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밝힌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현행법상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내기 위해 변칙적으로 사형을 구형·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교도소에서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20대 무기수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이 같은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대법원은 "절대적 종신형은 형법, 형사소송법, 형집행법상 형의 종류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원심이 사형 선고의 근거로 든 내용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한 찬반이 치열하다.
청년 변호사 단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은 지난 2일 "국가가 천부적인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인권 보호 지침을 따르면서도 잔혹한 범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하고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보완 입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법원의 한 고법 판사도 "응보주의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있다"며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되면) 흉악 범죄자에 대해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져 범죄의 경중에 맞는 적절한 형의 선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반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절대적 종신형이 '범죄 예방'과 '사형제 대안'으로서 실제적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 침해적이기는 하지만 사형 제도의 대안으로서 검토할 가치는 있다"면서도 "흉악범죄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서는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작정하고 범죄를 일으키려는 사람들한테 '평생 교도소에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게 별다른 제재 요인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승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인간의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데 과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보다 인권 보장적인지 의문"이라며 "도입을 위한 성숙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밖에 수형자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형벌 제도의 목적과 충돌하는 데다 세금을 들여 흉악범을 영구히 수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절대적 종신형'보다 가볍되 무기징역보다 무거운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영수 아주대 법전원 교수는 2021년 논문에서 "현행 무기형과 달리 종신형을 선고할 때 법원이 30년에서 50년까지의 범위 내에서 가석방 불허 기간을 정하고 가석방의 허가도 법원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가석방되더라도 사망할 때까지 보호관찰을 받고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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