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조정훈 의원, 법개정안 다음주 발의

김성은 기자 2023. 8.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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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0.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주 발의한다. 지난달 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 검토될 방안"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조정훈 "왜 피해자가 두려워하나? 사형 집행 어렵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의원은 현행법상 부재한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내용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준비중으로 국회 법제실 검토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 72조에 따라 가석방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사회 전반의 체감 안전도를 저해하는 연쇄적 강력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강력범죄 및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큰데 비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없는 형이 집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가해자 사형선고 및 집행에 관한 국민청원 등 사형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다쳤다. 이후 13일 만인 지난 3일 경기도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 다수 부상자가 발생했다.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흉악 범죄에 대해 보다 엄격한 형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 의원이 이번 개정안을 예고한 것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다.

조 의원은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 "매년 300~400건 보복범죄가 발생하고 무기징역수 중 가석방 수가 매년 20~30명씩 나온다"며 "왜 피해자가 두려워해야 하나"라고 질문함과 동시에 사형 집행이 당장 어렵다면 실질적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추진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아무 잘못이 없는 시민이 맞아서 죽고 찔려서 죽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공포가 나라 전체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명확한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아직 우물쭈물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조 의원이 말씀하신) 취지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에 공감한다. (조 의원 제안은)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4일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존폐론으로까지 거슬러가는 문제···法 통과 가능성은?
법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형제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오래도록 첨예하게 대립돼 온 만큼 가석방을 허용치 않는 무기형을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아서다.

그동안 국회에서 조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낸 의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말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형법 개정안을 내고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를 사상에 이르게 하거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흉악하고 준법의식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돼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범죄자의 경우 사회로부터 영구적 격리가 필요하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죄의 종신형 선고에 관한 특별법'을 내고 "실제 죄질이 무거운 아동성범죄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더라도 우리나라 형법 체계는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무기징역제가 아닌 일정 요건을 충족시 형 집행 종료 이전 가석방이 가능한 상대적 무기징역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영구적 사회격리 근거를 마련해 강력히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발의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직 이렇다할 진척사항은 없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흉악범죄가 늘면서 이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법 통과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제도 도입 논의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우리나라는 헌법의 이념과 인권 존중을 들어 사형 집행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며 "특히나 인신을 구속하는 문제를 다루는 형법을 개정하는 것은 만만치 않고 반드시 적법한 절차를 따지도록 돼 있어 더 많은 고민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의 사형 집행 이후 26년을 넘긴 현재까지 사형을 미집행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박철호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2020년 김영호 의원 발의안에 대해 검토의견을 내면서 "절대적 종신형은 헌법이념, 인권존중, 행형의 목적 및 국민의 법감정 등에 반해 위헌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단 점에서 그 도입 여부에 관하여 신중한 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보다 더 잔인한 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취지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안 발의를 위해 각계 의견을 들어보면 흉악범에게 왜 종신토록 막대한 국가 세금을 들여야 하냐는 이유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할 게 아니라 사형제를 집행하라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흉악범죄에 대한 공분과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고 법무부도 관련법 검토에 돌입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조만간 해당 법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그동안에는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를 병치하는 게 맞는지부터 해서 사형제를 둘러싼 복잡·다양한 견해들이 있어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며 "70년된 형법 체제를 바꾸려면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할텐데 최근 관련 논의들이 나오고 있고, 조만간 야당과 협의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서도) 논의해 보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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