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초등교사, 문제 학생 지도·학부모 전화 어려움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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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7월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과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 학기 초부터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의 합동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단은 사건이 벌어진 초등학교 교원 65명(전체 교원의 63%)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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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7월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가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과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 학기 초부터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의 합동조사 결과가 나왔다. 디 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과 항의를 겪었는데, 학교의 지원은 부족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부-서울시 교육청 합동조사단(조사단)은 4일 “고인의 일기장 확인과 동료 교사 면담 결과 학급 내 문제 행동 학생으로 인해 학기 초부터 지속해서 생활지도 등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서울 교육청은 초등 교사의 죽음 이후 교사들의 분노가 일자, 지난달 24일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는 학교와 교육청의 문서, 학교 구성원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교사는 올해 네 명의 학생이 학기 초부터 문제 행동을 보여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인은 그 과정에서 학부모와 상담한 뒤 ‘(아이의 심리 상담을 권유했는데)학부모가 응하지 않은 것 같다’, ‘학부모와 연락할 때 불편하다’며 동료 교사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죽음 직전 고인이 맡았던 학내 갈등인 소위 ‘연필 사건’ 이후, 해당 교사가 학부모의 전화를 수차례 받은 것 또한 사실로 확인됐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해당 교사의 수업 중 ㄱ학생이 ㄴ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ㄴ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조사단은 “고인이 ‘해당 학부모가 엄청 화를 냈다’는 내용과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동료 교원에게 말했다”고 했다. 다만 조사단은 이 과정에서 학부모가 폭언했는지, 학교에서 사건이 해결된 것으로 밝힌 14일 이후 민원이 이어졌는지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행정정보 시스템 등 근거 자료나 동료 교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조사했지만, 학부모를 소환해 진술을 듣는 일은 행정적인 한계가 있어 갑질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사건이 벌어진 초등학교 교원 65명(전체 교원의 63%)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했다고 했다. 월 7회 이상 학부모 민원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14.6%에 달했다. 스트레스 정도를 5점 만점으로 했을 때 ‘교권 침해’와 ‘부적응 학생 지도’로 인한 스트레스가 각각 3.9점으로 가장 높았다. 업무량 및 업무 스트레스(3.8점), 학부모 민원(3.7점)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엇비슷했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정서불안, 품행 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
조사결과에 교원단체는 아쉬워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새로운 사실이 하나도 없다”며 “고인이 학교생활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학교(장)에서 도움을 받았는지, 학교(장)의 책임은 없는지 조사해 달라”고 했다.
장 차관은 “(학교가) 매뉴얼을 안 지키거나 법을 어긴 사실은 없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악성 민원이나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에 관한 대응 방법, 학교 현장에 필요한 매뉴얼 등이 부재했다”며 “이는 해당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학교 현장의 문제로 제도적으로 체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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