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매수 철회' 봇물…현재가보다 낮은 목표가도(종합)

홍유담 2023. 8. 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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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가, 2030년까지 선반영…장기 투자할 시기 지나"
하나증권, 에코프로 매도 의견 유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에코프로 형제'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종목들의 쏠림 현상이 극심할 당시 잠잠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4일 일제히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증권사들은 이날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내면서 투자의견을 줄줄이 낮췄다.

전날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이 1천1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 공시는 이미 지난달 12일 발표된 실적의 정정 공시로 지난달 중순 이후 극심해진 이차전지주 열풍에 증권사들이 시의적절하게 투자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다가 뒤늦게 경고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코프로비엠 투자 의견 줄하향…에코프로는 여전히 '매도'

NH투자증권은 이날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기존 31만원에서 41만원으로 상향하고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IBK투자증권(15만원→33만5천원)과 키움증권(34만원→44만5천원), 메리츠증권(31만원→36만원)도 이 종목의 목표주가를 올리면서 투자 의견은 기존 매수에서 한 단계씩 내렸다.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25만원에서 33만원으로, 2만5천원에서 35만원으로 높이면서 지난 4∼5월 제시한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매수 의견을 고수한 곳은 하나증권(28만5천원→44만6천원), 신한투자증권(28만원→40만원), 신영증권(15만7천500원→63만원)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상향했으나 방점은 매수 의견을 거둔 증권사가 쏟아져 나왔다는 데 찍힌다.

국내 증권사들이 종목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시장에서 중립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39만원 수준에서 마친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IBK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은 매도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이차전지주들의 일제히 급등세를 보인 지난달 26일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장중 58만4천원까지 치솟았던 만큼 대부분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 수준은 매도 의견에 기울어져 있다.

한편 이날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기존 45만원에서 55만5천원으로 올리면서도 매도 의견은 유지했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이날 12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 에코프로의 적정 시가총액을 14조3천억원으로 두고 현재 시총(31조3천억원)과의 차이를 고려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코프로에 대해서는 다른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에코프로에 대한 종목 보고서는 하나증권과 삼성증권만 발간하고 있으며 6월 이후로는 이날 발간된 보고서가 처음이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주가, 2030년까지 반영"…장기투자 만류도

증권사들은 대부분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가 2030년께 예상되는 기업가치를 앞당겨 반영한 상태로 보고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 양극재 소재 생산능력(CAPA)을 100만t, 전기차 기준 1천만대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생산능력이 그 이상으로 확대되는 단서가 확인되기 전까지의 제한적인 주가 상승 여력을 고려해 투자 의견을 하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목표주가 상향은 기업 잉여현금흐름, 순현재가치 등의 반영 범위를 기존 2023∼2028년에서 2023∼2030년까지 확장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주가는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쳐 과도한 급등세를 나타냈다"며 "현 주가는 2027∼2030년 실적이 선반영된 수준으로 당분간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에코프로비엠이 2030년 전후로 기업가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라 장기투자에 적합한 종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평가 가치 기준 시점을 2025∼2027년에서 2028∼2030년으로 변경해 목표 시가총액을 43조7천억원으로 상향한 데 따라 목표가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평가 시점을 바꾼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령에 따른 산업 내 공급망 재편과 주문자위탁생산(OEM) 기업들의 한국 양극재 추가 증설 요청 등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38조1천억원으로, 하나증권의 2028∼2030년 목표치와 약 1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2030년 전후로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침투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그 이후에는 평가 가치의 추세적 절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실적 성장세와 높은 멀티플(수익성 대비 기업가치)이 맞물려 최대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 있는 시점은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께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대비 50% 이상의 상승 여력을 기대하며 장기 투자할 시기는 지났다"며 "주가 상승 여력이 20% 미만인 것을 고려해 매매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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