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올해 해외 순방은 단 이틀… 외교 무대 안 나서는 이유는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8. 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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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들어 해외 순방에 할애한 시간이 단 이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행길이 막혀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집권 후 가장 적다. 중국 내 어지러운 정치·경제 상황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 시 주석이 외교 무대에서 직접 발로 뛰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중국의 세계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올해 해외 순방은 지난 3월 21~22일 러시아에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던 때가 유일하다. 이는 2013년 집권한 이후 코로나19가 덮쳤던 2020~2021년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시 주석은 2013~2019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14번의 해외 순방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재임 당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12번)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번째) 이 지난달 27일 제31회 청두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 개막을 맞아 중국을 방문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오른쪽 세번째)을 만났다./인도네시아 제공

당초 시 주석은 올해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이 폐지된 만큼 이전과 같은 활발한 해외 순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 이후 1000일가량 중국에만 머물렀다. 이는 G20 정상 중 가장 긴 코로나19 격리 기간이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찾는 등 외교 행보에 무게를 싣는 듯했지만, 3월 러시아행 이후 해외 순방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으로 외국 인사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시 주석은 현재까지 베이징에서 36개국의 해외 인사와 만났다. 다만 이 역시 이전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시 주석은 매년 평균 48명의 해외 인사를 초청했었다. 팬데믹 기간에 주로 사용했던 화상 회담도 드물다. 올해 들어 시 주석이 화상회의를 한 해외 인사는 지난 1월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유일하다.

시 주석이 해외 순방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는 먼저 어지러운 국내 상황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막아내야 하는 한편, 친강 외교부장 해임 사태와 반부패 척결 등 정치·사회적 이슈가 산적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쑹원티 연구원은 “시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으로 인해 이같은 문제를 처리하려 그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시 주석의 부재로 인한 기회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시 주석은 해외 순방에 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해외 순방을 등한시할수록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세계 지도자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 영향력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상황과 맞물려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는 지난달 조사 대상 24개국 중 15개국이 중국에 대해 비호감을 갖고 있었고, 특히 10개국은 사상 최고 수준의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 주석이 하반기에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담에는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데,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차단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강압적인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용인 등으로 인해 서방 국가들이 시 주석을 초대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닐 토마스 연구원은 “서방 국가 지도자들은 시 주석과의 만남이 정치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며 “시 주석과 만날 경우 호평보다는 비판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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