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와 문재인 죄책[김세동의 시론]

2023. 8. 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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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오송 참사 根因은 미호강 붕괴
기존 제방 헐고 쌓은 임시 제방
환경부·지자체 모두 관리 안 해
文정부서 치수권 환경부 이관
수자원公·홍수통제소도 넘겨
환경 탈레반 득세로 준설 못 해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 경북 예천 등 전국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한 이틀 뒤인 7월 1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퇴임 후 “자연으로 돌아가 잊힌 사람이 되겠다”고 했으면서도 SNS에 온갖 자질구레한 사진과 글을 올리고, 오만 세상사에 참견하며, 책방까지 열어 지지자를 끌어모으는 등 거의 ‘조국(曺國) 반열’에 오른 그이기에 웬만한 글은 쳐다보지 않게 되는데, 물난리 피해가 너무 심각해 혹시나 하고 찬찬히 읽어봤다. 역시나였다.

그는 “인명 피해가 많아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한 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의 안전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개인과 기업, 지자체와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대응을 더욱 높여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공자 말씀만 늘어놓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일말(一抹)도 없었다.

이번 폭우 참사에서도, 특히 인재이자 관재(官災)로 지목되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사망한 사건의 1차 원인은 지하차도에서 300m 떨어진 미호강 제방 붕괴다. 미호강 범람 경고가 지속하는 와중에도 궁평2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충북도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무신경과 무능력도 문제지만 미호강 제방이 붕괴하도록 방치한 게 근본 원인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발주하면서 기존 제방을 40m가량 허물고 공사를 진행하다 장마철이 다가오자 임시 제방을 쌓았는데, 그게 붕괴했다. 이 공사에 대한 하천 점용허가권을 가진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이 임시 제방 축조가 제대로 됐는지 관리 감독을 하지 않은 의혹이 나왔다. 동영상을 보면 미호강 붕괴 전에 밑부분에서부터 물이 새고 있는데, 임시 제방을 대형마대(톤백) 등으로 튼튼하게 쌓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밀어붙인 물관리 일원화 정책으로 미호강 관리는 금강유역환경청이 맡고 있는데, 이를 다시 충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는 청주시에 재위임했다. 이러다 보니 책임 소재도 분명치 않아 미호강 붕괴 전에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충북도, 청주시 어느 곳도 임시 제방의 안전성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온난화(warming)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기후 재난의 일상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문 정부는 수질 관리 등 규제를 주 업무로 하는, 그래서 하천 관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환경부에 수자원 관리까지 맡겼다. 완전히 거꾸로 간 것이다. 이에 수자원공사, 홍수통제소도 환경부 소관으로 바뀌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상식에도 맞지 않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4대강 보(洑)를 쉽게 해체하기 위해 환경단체 친화적인 환경부로 수량·하천 관리까지 몰아줬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아마추어에게 치수를 맡긴 것에 더해 문 정부 내내 준설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도 미호강 제방 붕괴에 일조했다. 2017년 미호강 유역 홍수 이후 준설 계획이 추진됐으나 환경부로부터 예산을 받지 못해 진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거의 매년 물난리를 겪으면서도 ‘강물은 흘러야 한다’ ‘하천을 자연 상태로 두라’ ‘모래톱을 없애면 철새 도래지가 사라진다’는 등 한가한 소리나 하는 ‘환경 탈레반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하천 준설 같은 근본 대책은 엄두도 못 냈다.

역대급 폭우 사태로 모두 49명이 사망하고 3명이 아직 실종 상태다. 이만하면 원죄가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치수 관리의 국토교통부 환원 조치에 앞장설 법도 한데, 외려 화를 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송 참사는 물관리 일원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윤석열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책임이 만들어낸 인재”라고 하는 등 책임 전가에만 급급했다. 치수권 국토부 원대 복귀가 민망하다면 ‘수자원청’이나 ‘물관리청’ 신설 같은 대책이라도 꺼내 보기 바란다. 그게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같은 설익은 이념주도 실험 정책으로 나라를 결딴낸 데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자 죄 씻음이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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