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울린 골도,투혼도,팬서비스도" '찐프로'조소현,이래서 황금세대[女월드컵 현장]
[브리즈번(호주)=스포즈조선 전영지 기자]"괜찮아요. 좀 세게 차였어요."
3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조별예선 독일과의 최종전 1대1 무승부 직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조소현이 휠체어를 탄 채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 타박이 심했던 듯 다리에 두터운 테이핑이 눈에 띄었다. 후반 추가시간 마음 급한 독일 수비수의 거친 파울이 있었다.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는 조소현이 들것에 실려나왔다. 마지막 1초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에이스의 투혼에 브리즈번 스타디움엔 "대~한민국!" 함성이 물결쳤다.
조소현에게도 한국 여자축구에도 평생 잊지 못할 인생경기다. 콜롬비아, 모로코에 2연패 한 후 'FIFA 2위' 독일전은 선수 인생에 닥친 최고의 시련 중 하나였다.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이기고, 한국이 강호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16강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비현실적인 경우의 수 앞에서 다들 3연패를 우려했다. 그러나 독일전을 앞두고 베테랑 조소현은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나는 솔직히 상대 신경 안쓴다. 첫 경기든, 마지막이든, 월드컵에서 어차피 쉬운 상대는 하나도 없고, 이 상황에선 전력 같은 것도 중요치 않다. 그냥 경기장에 가서 이기는 애가 이기는 거다." 1-2차전에서 우리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녀는 냉정했다. "그게 실력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실력이다. 긴장감과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으니 실력이 없는 거다"라고 못박았다. 스스로에게 언제나 혹독한 그녀는 프로페셔널이다.
조소현은 이날 독일전에서 10경기를 채웠다. 캐나다(4경기), 프랑스(3경기) 대회에선 캡틴 완장을 차고 전경기에 출전했다. 콜린 벨 감독 부임 이후 완장을 후배 김혜리에게 물려준 조소현은 "주장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나는 언제나 팀을 위해 뛴다. 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호주-뉴질랜드 대회에서도 그녀는 3경기에 나섰다. 3번의 월드컵 전경기를 모두 뛰며 대한민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1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강인한 멘탈과 피지컬로, 매순간 죽을 힘을 다해 자신의 200%를 쏟아내는 이 베테랑 선수를 전임 윤덕여 감독도, 콜린 벨 감독도 믿고 쓰지 않을 수 없다.
스와의 1대1 대결에서 승리했다. '황금세대의 중심' 조소현이 기어이 해냈다.
대한민국 축구사에 기록될 여자 월드컵 사상 7번째 골이자,조소현은 2015년 캐나다 대회 16강을 이끈 스페인전(2대1승) 골 이후 대한민국 유일의 월드컵 2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 이 골은 2019년 프랑스 대회 노르웨이와의 최종전(1대2패) 여민지의 만회골 이후 이후 3경기 만에 터진 값진 골이다. 전반 6분(5분 2초) 만에 터진 골은 대한민국 남녀 월드컵을 통틀어 최단시간 득점으로도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 이정수의 7분(6분13초)이 최단시간 골이었다. 또 35세 40일에 터뜨린 골은 아시아 여자축구 최고령 골이자, 대한민국 남녀축구를 통틀어도 최고령 골, 여자월드컵 사상 8번째 최고령 골이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만이 오를 수 있는 고지다.
조소현은 골 장면에 대한 질문에 "보니까 앞에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없길래 이건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찬스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빠른 시간에 골이 나와서 동료들도 힘을 얻었을 것같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 프랑스 대회 때는 승점을 못따 정말 아쉬웠다. 이번엔 어떻게든 승점이라도 땄으면 하고 바랐다. 독일을 상대로 승점을 따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후반 추가시간 몸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쇄도로 마리나 헤게링으로부터 프리킥을 유도해냈지만 다리를 강하게 차인 조소현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동료들이 끝까지 지키겠다고, 걱정말고 나가라고 해서, 너무 아프기도 하고 해서, 믿고 나왔다"며 웃었다.
독일전이 긴장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전혀"라며 답했다. "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독일이라고 발이 하나 더 달린 것도 아니고, 축구는 팀 스포츠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더라도 함께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천가람, 케이시 페어 등 어린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고 자기의 역할을 잘 소화해줘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이 무승부는 우리 어린 선수들이 강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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