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위임장 없이 조정 이의신청···대법 “효력 인정”

김희진 기자 2023. 8. 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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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이의신청을 먼저 한 뒤 소송대리인 위임장을 냈더라도 이의신청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변호사 선임계 제출 같은 절차상 미비를 이유로 소송 자체를 무효로 해선 안 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소송종료 선언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B씨가 이혼했다고 거짓말을 한 채 자신과 성관계를 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자신을 협박·모욕했다고 주장하며 B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의 불법행위로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가 불복해 진행된 2심은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조정사건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강제조정은 민사소송에서 판결하지 않고 법원이 양측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한쪽이라도 불복하면 다시 정식 재판을 진행한다.

문제는 B씨가 결정 정본을 받은 뒤 변호사를 바꾸면서 발생했다. 새로 선임된 B씨 측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한이 만료되기 전인 지난해 8월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냈다. 이때 B씨는 법원에 새 변호사에게 소송대리 권한을 위임한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소송위임장은 이의신청서를 낸 후 같은 해 11월 제출됐다. A씨 측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소송 종료를 선언했다. 양측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됐다고 본 것이다. B씨 측은 소송위임장이 늦게 제출됐더라도 이의신청서가 제때 제출됐으므로 강제조정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B씨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소송대리권의 흠결이 있는 자의 소송행위는 후에 당사자 본인이나 보정된 소송대리인이 그 소송행위를 추인하면 행위 시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의신청 기간 안에 B씨 측 새 변호사 명의 이의신청서가 제출됐고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소송위임장이 제출됐다”며 “B씨의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등에 의해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의신청은 효력을 갖게 됐고, (강제조정)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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