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절도’로 처벌되는 ‘팬티 도둑’… 그들이 받는 죗값은?

이보람 2023. 8. 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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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오전 1시54분.

이렇게 팬티만을 노리는 팬티도둑.

이달 2일 오전 1시52분 울산 북구에서도 팬티도둑이 구청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경찰에 붙잡혔다.

'팬티도둑'들은 '성(性)'과 관련된 범죄지만, 성 범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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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오전 1시54분. 울산 남구의 주택가를 서성이는 50대 남성이 있었다. 그는 한 주택의 대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곤, 주위를 살핀 뒤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엔 빨래건조대가 놓여있었다. 건조대로 다가간 그는 여성 팬티 10장을 주워 담아 빠져나왔다.

2시간쯤 뒤. 이 남성은 다른 주택으로 들어갔다. 역시 대문이 열려있는 곳이었다. 마당까지 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피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 여성 속옷이 없어서였다.

이렇게 팬티만을 노리는 팬티도둑. 법원이 내린 죗값은 어떨까.
지난 2일 울산 북구 구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팬티도둑.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속옷을 훔치고 있다. 울산 북구 제공
울산지법 형사6단독 한윤옥 판사는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한 판사는 “같은 유형의 범행이 반복되고 있는 점, 범죄행위 자체에 내재된 위험성이 작지 않다”며 “2013년에도 여성팬티를 훔쳐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는데도 다시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팬티도둑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달 2일 오전 1시52분 울산 북구에서도 팬티도둑이 구청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빌라 앞을 서성이다 1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팔을 뻗어 무언가 꺼내려 했다. 여의치 않자 휴대전화로 플래시를 켜고, 주변에 있던 빗자루까지 들고와 여성 속옷을 꺼내 달아났다. 북구청 CCTV 통합관제센터 모니터 요원의 신고로 이 남성은 범행 30분만에 체포됐다. 올 3월에는 부산 사상구의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여성속옷을 훔치던 5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 10월에는 부산 금정구에서 속옷을 훔친 60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팬티도둑’들은 ‘성(性)’과 관련된 범죄지만, 성 범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단순 절도’여서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6월 수 차례 속옷을 훔친 60대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혐의는 절도와 주거침입이다. 2021년 5월엔 서울 서대문구에서 세입자의 집에 침입해 속옷을 훔친 80대가 주거침입절도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 해 1월엔 서울 중랑구에서 20대가 가스배관을 타고 빌라에 침입해 팬티를 훔치다 법정에 섰다. 그 역시 주거침입절도 혐의가 적용돼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상습 팬티도둑은 성범죄를 비롯한 강력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찰청이 발간한 범죄행동분석연구 창간호에 실린 ‘물품음란증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고찰’에 따르면, 성적 살인으로 검거된 피의자의 40%가량은 주거침입절도 전과가 있었다. 또 이런 전과 대부분은 물품음란증이나 관음증(타인의 사적 활동을 몰래 엿보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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