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칼부림 후 ‘살인예고’ 11건… 올해만 이상동기 범죄 9건
모방범죄로 추정되는 칼부림 사건이 3일 저녁 발생했고 인터넷에는 하루 만에 11건의 살인예고 글이 올라왔다. 이상동기 범죄는 이로써 올해 들어서만 10건에 육박하게 됐다. 시민들은 비슷한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또 있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해 14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중 2명은 뇌사의 위험이 있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설마 했는데…‘모방범죄 현실화’에 공포 극대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이 있은 지 2주일도 안 돼 벌어진 모방범죄에 시민의 불안감은 극대화됐다. 서현역 사건 전후로 서울시내를 범행장소로 지목한 살인예고 글이 모두 11건 올라오면서 공포는 더욱 커졌다.
경찰이 전담대응팀을 꾸려 살인예고 글 작성자를 엄정히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협박글이 이처럼 이어진 것이다. 경찰은 언급된 장소인 강남권 지하철역 인근에 인력을 집중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내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오후 11시쯤에는 한 이용자가 디시인사이드 한석원 갤러리에 "내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라고 썼다.
강남역 일대를 언급한 글도 잇따랐다. 전날 오후 8시30분께 토이갤러리에 "내일오후 7시 강남역 5번 출구에서 한남 40명 정도 찔러주마"라고 협박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날 오전 2시에는 국내야구갤러리에 "오늘 오후 7시에 강남역에서 100명 죽일 예정"이라는 제목으로 "강남역 사거리에서 트럭으로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흉기로 찌르면 재밌을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 게시물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부터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자 밤샘 수색 작업을 벌였다. 경찰 강력팀과 인근 지구대 인력 등은 이날 오전까지도 잠실역·한티역·강남역과 클럽 밀집지역, 학교 인근을 순찰하며 범죄 정황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
소방당국도 공조요청을 받고 인력과 차량을 배치했다. 잠실역 인근의 한 백화점은 자체 경비인력을 늘리고 폭발물 탐지견을 투입하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작성자를 검거했거나 추적 중인 살인예고 글은 모두 21건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2건은 검거했고 19건은 추적 중이다.
◆날벼락 같은 폭행·흉기난동, 올해만 9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는 올해에만 벌써 9건 발생했다. 그냥 넘어간 달을 찾기 힘들 정도다.
지난 1월31일 제주에서 24살 남성이 20대 남성에게 다가가 아무 이유 없이 돌덩이로 얼굴을 가격했다. 2월11일에는 20대 후반 남성이 광주에서 50대 어머니와 20대 딸을 이유 없이 폭행했다.
5월12일에는 51세 남성이 대구의 한 거리에서 50대 여성의 머리를 빈 맥주병으로 가격하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 6월5일에는 40대 남성이 경기 군포시 한 아파트 입구에서 20대 여성을 때렸다.
7월부터는 이상동기 범죄가 급증했다. 5일 경기 의왕시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2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폭행했고, 일주일 뒤인 12일 양평군 한 노상에서 30대 남성이 30대 남성 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4일 뒤인 16일엔 제주에서 출근시간대 횡단보도에 서 있던 70대 여성을 30대 남성이 폭행했는데, 이 남성은 12일에도 80대 남성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조선(33)의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부상했다. 그리고 8월3일 저녁 경기 분당에서 23세 남성 최모씨가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들이받은 후 서현역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흉기난동을 부려 14명이 다쳤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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