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경매시장...한 채에 75명 몰렸다
수십대일 경쟁률 경매물건 곳곳에
입지따라 다세대·단독주택도 관심
“인파 몰리지만 고가낙찰은 주의를”
지난 1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 경매1계. 감정가 4억2300만원인 김포시 운양동 ‘김포한강신도시반도유보라2차’ 59㎡(이하 전용면적)가 경매에 나오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지난 6월27일 첫 경매에선 사람들이 한 명도 응찰하지 않았으나 불과 한 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한 차례 유찰돼 감정가의 70%인 2억961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되자 75명이나 응찰했다. 낙찰자는 4억2055만원에 입찰한 박모씨. 2위와 불과 555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박빙의 승부였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99.42%나 됐다.
이날 이 법원엔 20m 이상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인기 물건마다 경쟁률도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김포시 풍무동 ‘당곡마을’ 80㎡엔 52명, 부천시 중동 금강마을 43㎡에는 42명, 김포시 감정동 심포센트럴헤센 60㎡엔 35명이 각각 응찰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현장에 있던 경매 컨설팅 기업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는 “최근 몇 년 간 경매법정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린 건 처음 본다”며 “매매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소식 때문인지 매매시장보다 조금만 싸면 수십명씩 응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요즘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매매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 나타나자 조금이라도 싸게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수백명씩 몰리면서 과열된 모습까지 나타난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경매3·6계 법정에도 수백명이 찾아 북적북적한 모습을 보였다. 경매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법정 안 72개의 좌석은 바로 만석이 됐다. 출입구 바깥에는 수십명씩 사람들이 모여 경매 물건 정보를 살펴보고 있었고, 대출을 알선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끈 물건은 아파트보단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이었다.
감정가 1억4900만원인 은평구 불광동 홍일빌라 46㎡에는 21명이 응찰해 감정가 수준인 1억4562만원에 낙찰됐다.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된 지역 물건으로 개발 호재로 인한 시세 상승 기대감이 커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원 현장에서 만난 장모(61) 씨는 “은퇴 후 재원을 마련하고자 빌라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 한다”며 “입지 좋은 빌라 건물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126㎡ 크기 단독주택에는 16명이 몰렸다. 감정가 15억7061만원인 이 주택은 이미 세 차례나 유찰돼 감정가의 51%인 8억415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됐다. 응찰자가 많아지면서 낙찰가는 9억8500만원으로 높아졌고, 낙찰가율은 62.7%을 기록했다. 이 단독주택의 새 주인이 된 이모씨는 “경쟁이 치열해 다른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에 응찰할 줄 알았다”며 최종 낙찰자가 된 것을 기뻐했다.
수도권 경매시장에 응찰자가 몰리는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 경매시장에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건당 응찰자수는 7.58명으로 전월(5.78명)보다 2명이나 더 늘었다. 경기도 아파트에는 경매마다 평균 10명 이상씩 입찰한다. 경기도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10.93명으로 전월(10.01명) 보다 더 많아졌다. 인천도 건당 응찰자수가 8.96명으로 9명에 육박한다.
응찰자가 많으면 낙찰가율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응찰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할수록 입찰가를 높게 쓰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6.2%로 전월(80.9%) 보다 5.3%포인트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 4월 최저점(76.5%)를 지나 3개월 연속 80% 이상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7월 인천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75.6%를 기록해 올 2월 66.4%로 저점을 찍은 이후 5달 연속 오르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지난달 78.9%로 전월(75.9%) 보다 3%포인트 오르면서 세 달 연속 상승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매매시장 침체로 경매시장에 아파트는 물론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등 물건이 늘면서 법원 경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다만 경매시장도 매매시장 보다는 전반적인 상승추세라기 보단 인기 있는 물건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경매는 매매보다 싸게 살 때만 의미가 있다”며 “경쟁이 치열하다고 분위기에 따라 무리하게 고가입찰하는 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일한·이준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굿즈’, 이르면 올 추석부터 용산어린이정원서 판매한다
- “손주 보러온 어머니 사우나 이용금지” 강남아파트는 왜 커뮤니티 이용을 막았나 [부동산360]
- 48세 명세빈 동안 비결 공개…"보톡스 옅은 농도로"
- “잠실역 20명 죽일거다” “한국男 찌르러간다” 서현·한티·오리역 등 잇단 살인 예고
- 심형탁, 처가 빈손 방문 비판에…"괴물로 만들지 말라"
- [인터뷰]“범인 따라 들어가려다 칼부림 목격…119 신고” 서현역 목격자 증언
- 블랙핑크 제니, 직접 디자인한 포르쉐 슈퍼카 공개
- “몸짱 되려다 ‘불임’된다고?” 근육 키우려고…스테로이드 먹다 큰일난다
- [영상] 맨시티 홀란 사인받고 “꺄~ 땡큐” 환호한 여성…알고 보니 전지현
- “뉴진스도 쓴다니까…” 찜통 더위에도 70만원짜리 ‘귀마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