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 변신” 콘크리트 앞에선 이병헌의 과거詞

박찬형 MK스포츠 기자(chanyu2@maekyung.com) 2023. 8. 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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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제조기’ 이병헌의 대중 사로잡은 명장면
보고 들은 모든 이가 매료된 ‘띵대사’ TOP3

고르고 새하얀 치아, 우아한 목소리, ‘연기의 정석’ 이병헌이 돌아왔다. 이번엔 아주 거칠다. 불안하고 흐트러진, 그 안에 악(惡)이 담긴 눈빛으로.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오는 9일 극장 개봉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서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이야기다.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 그리고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사진=롯데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단연 이병헌의 연기력이다.

이병헌의 실제 키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스크린 속 배우 이병헌은 매우 거대하다. 화면을 꽉 채운다. 영화배우 이병헌이 이토록 커 보이게 만든 특성은 그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나열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건 다름 아닌 ‘훌륭한 목소리’다. 울림 가득한 목소리로 명대사를 툭 내뱉을 때 대중은 감동한다. 이병헌은 타고난 목소리라는 무기를 통해 시쳇말로 ‘띵대사 제조기’로 거듭났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의 모습에 앞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명화’ 속 명장면, 명대사를 꼽아봤다.

비교적 근작인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정치 깡패’로 분했다. 거칠고 악한 폭력의 우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하는 인간의 내면을 주목하게 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선 왕을 닮아 잠깐의 왕이 된 저잣거리의 만담꾼, 그리고 이병헌을 일약 스크린스타로 만든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눈빛과 표정, 몸짓을 세분해서 심리를 전달하는 그의 명품연기와 ‘명대사’는 대중을 단숨에 이병헌의 연기세계로 끌어당겼다.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내부자들…“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라니까”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이야기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대기업 회장과 정치인에게 이용만 당하다 폐인이 된 정치깡패 안상구 역할을 맡았다.

외모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생애 첫 사투리 연기, 생활 액션 연기까지 도전하며 독보적 캐릭터를 완성했다.

엔딩 장면에서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라니까”라는 대사는 당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거친 외양과 달리 허점 많은 안상구 캐릭터의 매력을 한껏 배가시켰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패러디와 성대모사 열풍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웬만해선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한 이병헌이 “100% 애드리브였다”는 사실을 밝혀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영화가 마무리될 때 던져진 이 명대사는 영화가 흥행하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다. 지식 쪽으로는 조금 덜떨어지고 부족한 면이 있는 인물을 센스있게 입체적으로 표현, 재미와 웃음을 더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컷.
광해, 왕이 된 남자…“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을 대신해 천민이 왕 노릇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은 조선의 왕 광해와 천민 하선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이병헌은 아픈 왕을 대신해 궁에 들어가 진짜 왕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하선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백성들의 목숨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사대의 예만 강조하는 신하들에게 화가 난 하선은 자신의 신분도 잊고 촌철살인 같은 대사들을 던지며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사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상영되는 131분 동안 이병헌의 모든 대사를 명대사라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연기력과 대사 전달 임팩크가 강했다.

그중 “임금이라면, 백성의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백곱절 천곱절은 더 소중하오”라며 울분에 가득 한 소리침은 ‘이병헌의 진가’를 폭발시켰다.

그 밖에도 “나는 왕이 되고 싶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죽이고 왕이 된다면, 나는 왕을 하지 않겠소”라고 전하는 대사는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포스터.
공동경비구역 JSA…“살려 주세요”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분단의 현실과 전쟁의 공포를 그리면서 남북한 병사들 사이에서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병헌은 부지불식간에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에게 총구를 겨눠야 했던 아이러니한 역할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특히 이 작품은 군복무를 마친 이병헌의 복귀작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이병헌은 ‘명대사’를 쏟아내며 배우 경력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비무장지대 수색 중 지뢰를 밟은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은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 전사 정우진(신하균 분)과 마주하게 된다. “가까이 오면 발을 떼 버린다”라고 으름장을 놓다가 “그냥 가면 어떡해. 가까이 오지 말랬지 언제 그냥 가라 그랬어”라며 웃음포인트의 빌드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살려주세요”라며 눈물 흘리고 애원하는 장면으로 관객의 웃음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박찬욱 감독은 “배우 이병헌은 이 신 때문에 자기가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이수혁이라는 인물한테는 중요한 순간이고 영화를 처음 볼 때 굉장히 영화가 재밌어진다”고 설명했다.

소개한 세 작품 외에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심지어 예능프로그램에서까지도 수많은 명장면, 명대사를 완성해낸 이병헌이다. 한국영화사의 ‘명대사 연대기’의 축이 된 이병헌이 이번에 또 어떤 명대사를 대중에 각인시킬지 기대된다.

[박찬형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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