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성적표’ 현대차·기아, 中 찍고 日 정조준

2023. 8. 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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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12개월 연속 판매 상승곡선
中 상반기 판매량 전년比 31% ↑
‘아이오닉5N’ 日시장 점유율 주목
‘아이오닉 5’(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 ‘EV6’ 외관.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 자릿수대 판매량 증가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한 현대차·기아가 ‘수입차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라인업 재편, 상업용 판매 확대 전략 고삐=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7월 한 달 동안 미국 시장에서 모두 14만3787대를 팔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어난 수치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10.7% 늘어난 7만2857대, 기아는 13.6% 증가한 7만930대를 각각 팔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8월부터 무려 12개월 연속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미국 정부가 시행한 IRA 여파로 현지 전기차 보조금 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방어에 초점을 맞춘 가격 정책, 친환경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중심의 라인업 확장, 리스·렌탈 등 상업용 판매 확대 전략으로 판매량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량 상승세가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7월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2% 늘어난 2만6498대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전년 대비 77.7% 늘어난 1만5392대를 판매, 친환경차 역대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SUV 시장 타깃, 현지 전략형 모델 출시 집중=중국 시장에서의 상승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와 베이징현대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1~6월) 중국 시장에서 모두 12만3259대를 판매했다. 이는 9만4158대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30.9% 늘어난 수치로, 상반기 기준 현대차 판매량이 전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SUV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현지 시장 흐름에 발맞춘 ‘신차 전략’이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1~4월 기준 중국 시장에서의 SUV 판매량은 350만여 대로, 300만여 대 수준인 세단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에 현대차는 4월 중국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상하이 모터쇼)’에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전략 신형 콤팩트 SUV ‘무파사’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밀레니얼 세대 공략에 나섰다.

또 6월 출시한 무파사의 가격을 약 12만위안(약 2200만원)에 책정하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세워 시장 선점에 고삐를 당겼다.

기아는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는 이달 브랜드 두 번째 전기 SUV ‘EV5’를 공개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기아는 3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EV5 콘셉트 모델을 최초 공개하며 연내 양산차 출시를 예고했다.

당시 기아는 EV5 콘셉트 모델 외에도 ‘EV6 GT’를 선보이고, 플래그십 전기 SUV ‘EV9’ 영상을 상영하며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기아가 전용 전기차 모델(콘셉트카 포함)을 한국과 미국, 유럽 시장이 아닌 중국 시장에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EV5 출시를 기점으로 2027년까지 현지에서 모두 6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조원상(왼쪽부터) 현대모빌리티재팬 법인장과 마츠모토 토모유키 세일즈 디렉터, 유원하 현대차 부사장, 카토 시게아키 매니징 디렉터가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현대 브랜드 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전동화 전환 더딘 일본 전기차 시장 정조준=현대차는 일본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수입차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기차 분야에선 자국 브랜드조차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전체 신차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1.7% 수준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다. 이에 현대차는 현지 고객 맞춤형 전략과 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로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선보이며 일본 시장에서 승용차 판매를 재개했다. 이후 1년 만인 올해 5월에는 일본 도쿄 번화가에서 ‘브랜드 데이’를 열고 현지 고객 맞춤형 프로그램과 향후 전기차 출시 일정 등을 공개했다.

먼저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에서 시행한 바 있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일본 시장에 맞게 재구성해 선보였다. 전기차 신차 등록 후 3년까지 매년 정기점검 기본료 무상 제공, 신차 등록 후 3년까지 매년 한 가지씩 연간 최대 10만엔(약 99만원)의 외관손상 수리비 지원 등이 골자다.

아울러 올 가을 ‘코나 일렉트릭’을 기점으로 신차 출시에도 속도를 낸다. 특히, 내년 초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출시, 고성능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는 자국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매우 높아 아직 유의미한 판매 대수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도 이 같은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며 “다만 전기차 시장 상황은 다르다. 토요타, 혼다 등 현지 브랜드들의 전동화 전환이 뒤처져 있는 만큼 ‘넥스트 마켓’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 이를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이어 “아이오닉 5가 지난해 말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 시상식에서 아시아 브랜드로서 최초로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되는 등 지난 1년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상품성 있는 전기차 출시 등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일본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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