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포스트 이정후' 평가는 부담…키움팬들 서운하지 않게"

하남직 2023. 8.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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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눈물의 작별…키움 이적 후 5경기에서 타율 0.368 맹타
이젠 키움의 이주형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 키움 이주형이 안타를 치고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2023.8.1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주형(22·키움 히어로즈)은 키움과 LG 트윈스 팬의 응원을 동시에 받는 선수다.

현장 관계자와 LG 팬들만 아는 '호타준족 유망주'였던 이주형은 지난달 29일 키움으로 트레이드되면서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이주형은 키움으로 이적하며 기회의 문을 열었다. 이주형은 트레이드 후 5경기에서 19타수 7안타(타율 0.368), 1홈런, 3타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주형은 "LG에서 보여준 것도 없는데, 팬들께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트레이드된 후에 더 느꼈다"며 "키움 팬들은 내가 아직 반갑지 않을 수 있다. 기회를 얻었으니, 결과로 보답해서 키움 팬들께도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다.

키움은 선발 투수 최원태를 LG에 내주고, 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확실한 선발 투수' 최원태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느끼는 키움 팬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키움 팬들도 이주형의 합류를 반긴다.

KBO리그 현역 최고 스타 이정후(키움)가 왼쪽 발목 수술을 받으며 이탈한 터라, '이정후의 자리'인 키움 중견수로 뛰는 이주형의 활약이 더 반갑다.

인터뷰하는 키움 이주형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이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8.3 jiks79@yna.co.kr

빠른 발을 갖춘 우투좌타에 체형도 비슷해 이주형을 '포스트 이정후'라고 부르는 팬도 많다.

이주형은 "나를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한데…. 내 우상인 이정후 선배와 함께 거론되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며 "이정후 선배는 범접할 수 없는 존재다. '포스트 이정후'라는 수식어는 일단 반납하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주형을 보며 '예전의 이정후'를 떠올리는 야구계 선배들도 많다.

이주형은 이정후가 롤 모델로 삼았던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호크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의 영상을 보며 '야구 공부'를 하기도 했다.

키움 이적으로 이주형은 자신의 재능을 1군 무대에 뽐낼 기회를 얻었다.

우승에 도전하는 LG에는 이주형의 자리가 없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에 입단한 우투좌타 이주형은 LG의 두꺼운 야수진을 뚫지 못하고, 1군에서 32경기만 출전했다.

1군에서 뛰기 위해 내야와 외야를 오가기도 했다.

키움은 이주형에게 선발 출전을 보장하고, 포지션도 중견수로 고정했다.

이주형은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홍원기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시니까,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며 "LG에서는 하루에 한 타석에 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에 4타석 이상 소화한다. 첫 타석에서 아쉬움이 남으면, 다음 타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매 타석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음 타석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주형의 안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 키움 이주형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23.8.1 ksm7976@yna.co.kr

그는 LG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이유도 이해한다. 또한, LG 선배들을 보며 공부도 했다.

이주형은 "LG에서 나는 '전력 외 선수'였다. 하지만, 주전 선배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떠올리며 "LG에서 지낸 시간은 무척 소중하다. 이적하면서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더 잘 알게 됐다"고 밝혔다.

트레이드된 후 이주형은 LG 구단 유튜브와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주형은 "어떤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려운데 '팬과 선배들께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울컥했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1일 잠실 LG전 첫 타석에 서며 LG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이주형은 "사실 '1군에서 몇 경기 뛰지도 않은 내가 인사를 드려도 될까'라고 고민했다. 그런데 내 인사에 LG 팬들이 환호해주셨다"며 "LG에서 보여준 게 없는 선수였는데 따듯한 인사를 해주셔서, 내 마음도 따듯해졌다. 정말 감사하다"고 떠올렸다.

LG 선배 오지환과 박해민은 이주형이 트레이드되자, 키움 김혜성 등에게 연락해 "우리 주형이 잘 부탁한다"고 했다. 이주형은 "LG 선배들이 마지막까지 챙겨주셨다. 꼭 보답하고 싶다"고 선배들을 향해서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직도 LG 유니폼을 보면 복잡한 마음에 휩싸이지만, 이제 이주형은 키움 선수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우리 팀(키움)이 연패에 빠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키움에 녹아들었다.

키움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주형은 3일 LG전에서는 1-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 케이시 켈리의 시속 134㎞ 체인지업을 공략해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타구는 시속 166.5㎞로 125m를 날아갔다.

이주형이 37경기 52타석 만에 친 1군 무대 첫 홈런이었다.

이날 이주형은 도루도 성공하고, 고의사구로 걸어 나가는 짜릿한 경험도 했다.

이주형은 "키움 팬들의 기대와 LG 팬들의 응원을 마음에 새겨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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