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죄인 취급”...무량판 전수조사에 민간건설사 안절부절
“안전 문제없으면 비용 돌려주나”
철근 누락 단지 주민 불안은 여전
국토교통부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곳 단지를전수조사하겠다고 하자 건설사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발표된 단지는 293개지만 일부만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복합건물 등도 존재해, 추후 대상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어 해당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날인 3일 국토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간 아파트 무량판 구조 조사계획 브리핑’을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 단지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9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며 조사 결과 철근 누락이 발견된 단지에 대해선 연말까지 보수·보강할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자에 대해선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전수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가운데 현재 시공 중인 현장 105개와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개다.
건설사들은 발표 직후 서둘러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10년간 지어진 아파트 중 상당수가 지상층에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단지 일부에만 무량판 공법을 사용한 곳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혹시 실수로라도 설계도면과 다를 경우 ‘문제 건설사’로 찍힐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곳을 미리 조사해 문제 소지 여부를 미리 검사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무량판 구조와 벽식 구조를 복합적으로 적용한 곳이 많은데 전수 조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는 “무량판 구조 단지 중 점검 대상이 있는지 파악중”이라며 “해당 단지가 있다면 공식 공문을 기다리는 상황이며, 공문이 들어오면 이에 맞게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비용도 관건이다. 국토부는 전날 이같은 안전진단 절차를 수행하는 비용을 시공사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안전진단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겠다”며 “점검을 거쳐 보수·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시공사가 비용 부담 책임을 지고 공사를 진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들은 부실시공에는 발주처, 시공사, 감리회사 등 복합적인 원인 주체가 있음에도 시공사에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시공사 비용으로 안전진단을 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점검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확정된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에 대해서 점검을 해야하는 것은 동의하나 문제가 없으면 어떻게 할 건지도 알려줘야지 무작정 죄인 취급하고 비용부터 내라고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의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주동에 무량판 사용한 곳이 너무 많다”면서 “(준공된 단지는) 소유권이 이미 아파트입주민으로 넘어갔는데, 이런 집에 대해서도 안전진단을 하면서 시공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다. 시공사만 책임이냐”고 반문했다.
공사 현장에서는 과거 시공했던 도면들 요청이 쏟아져 일을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점검기간 동안 작업을 못하니 공기 연장 사유가 되겠지만, 이 때문에 준공 일정을 늦추기도 쉽지 않고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미 준공된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을 하기 위해 입주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점검할지 안할 지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물어봐야 하는데 집값과 직결되는 아파트 부실 시공 문제를 입주민들이 동의할지 의문이 든다”면서 “거대 장비들이 집을 들어가서 벽지를 뜯어내고 해야 하는데 누구 집을 할지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무량판구조의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필요에 의해 무량판 공법을 채택한 것인데, 이젠 설계업체에서 무량판으로 설계해도 시공사에서 설계변경을 추진해야 할 판”이라며 “계속 논란이 될 게 뻔한 데 누가 무량판으로 시공하려고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런 와중 철근 누락이 발표된 단지의 입주자·예비 입주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자곡동 디아크리온 강남(수서 역세권 A3블록)에선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이 단지 입주민 대표는 “LH 측에선 이미 보강공사가 끝나고 완료가 돼서 안전하다고 확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안전하다고 판단돼 입주했는데 국토교통부나 LH에서 이렇게 발표해 버리니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 하는데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디아크리온강남은 신혼부부희망타운으로 조성돼 신혼부부나 자녀를 키우는 부부들이 입주한 단지다. 입주가 완료되면 597가구가 살게 된다.
지하주차장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된 LH 공공분양 주택 입주 예정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2026년 입주가 예정된 파주 공공분양주택에 당첨된 30대 B씨는 “당첨 당시에는 행복했는데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주 자체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모 행복주택 단지에 산다고 밝힌 이는 단지 내 커뮤니티에 “무량판 구조는 지하주차장에만 해당한다고 하지만 무량판 구조에서만 철근을 빼 먹었을까”라며 “단지 전체 벽식구조도 같이 안전 검사해 철근이 안 빠지고 잘 시공됐다는 걸 증명해줘야 주민 불안이 해소될 것 같다”고 했다.
서영상·박자연·이준태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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