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2차전지 특화단지는 전북의 미래” [헤경이 만난 사람-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산단 완공땐 50조원 이익 예상
국회, R&D·생태계 구축 전폭지원
“전라북도를 살리는데 힘을 모아보자고 해서 처음 나온 것이 전북을 특별자치도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말도 안된다고 했던 2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도 신청하게 됐습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의원실 안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2차전지 특화단지를 새만금에 유치한 배경을 설명했다. ‘된다! 된다!! 꼭 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바라보던 정 의원은 “처음엔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당선되고 우리가 어떻게 전북을 살릴지 얘기를 나눴다. 우선 전북을 살리는데 힘을 모아보자고 해서 처음 나온 것이 호남권에서 전북을 뽑아내는 것이었다”며 “여야 전북도당위원장과 김 지사 3자가 힘을 합쳐 5개월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었다. 두 번째가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을 위한 대기업 유치 방안으로 새만금을 ‘2차전지 특화단지’로 공모신청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미래가 있고 2차전지의 미래엔 새만금이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특화단지 선정 사업 공모 이유에 대해 “30년 간 지역싸움을 하다보니 전북이 충남과 전남 사이의 ‘샌드위치’가 됐다”며 “충남의 GRDP가 124조원, 전남의 GRDP가 88조원인데 전북의 GRDP는 55조원에 불과하다. 1인당 GRDP로 보면 전북은 3100만원, 충남은 5700만원, 전남은 495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로 참전한 전북이 선정된 비결은 무엇일까. 정 의원은 ▷김관영 지사의 PPT 발표▷새만금의 소득세·법인세 감면 정책 ▷2차전지 산업단지 구축에 필요한 광활한 부지를 꼽았다. 정 의원은 “사업 공모지역 중 도지사가 직접 PPT에 참여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 “또 한덕수 국무총리의 지원도 있었다. 한 총리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만금에 지난 10년 간 1조5000억원 투자금이 모였는데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도 안돼 6조6000억원이 투자됐다’고 말하니 이틀 뒤인 27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고 부연했다.
정 의원은 “새만금에 2차전지 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구축을 위해 지속적인 예산 뒷받침이 필요하고, 항만이나 공항 신설 사업이 속도를 내도록 국회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3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대 총선에서 야권 텃밭인 호남에서 당선됐다. 국산 재래종 다래 재배에 20년 간 공을 들여 외국 키위에 맞설 수 있는 작물로 길러낸 것처럼 호남에서도 딱 10년만 투자해보자고 결심한 지 6년째 되는 해였다. 그는 지난 2010년 도지사 출마 낙선, 2012년 국회의원 출마 고배를 마시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북 전주시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선 비례대표로 당선돼 현재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도 맡고 있다.
정 의원 사무실엔 ‘된다! 된다!! 꼭 된다!!’라는 신조가 적힌 큰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신조가 보여주듯 그는 전업 농민으로 시작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태어나 고려대 졸업 후 ‘땅끝마을’ 해남으로 돌아가 전국키위협회를 설립 후 국산 브랜드 ‘참다래’를 국내에 보급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몇 없는 호남 기반 의원이다.
▶제 인생 자체가 고려대를 졸업하고 해남에서 농업하겠다고 내려간, 일반적 사고로 상상하기 어려운 인생이다. 해남으로 내려가게 된 가장 큰 배경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의 경험이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친구들이 감옥을 가게 돼 방황이 컸다. 그 때 인촌 김성수 전 부통령의 어록 속 하나를 소환했다. ‘인간은 2가지의 길 중 최고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하나는 첨단의 길을 찾든지, 아니면 최고로 낙후된 길을 찾아라’였다. 제일 낙후된 업종, 낙후된 곳이 해남이었다. 거기서 숱한 과정을 겪어 살려낸 것이 ‘참다래’였다.
-원래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나?
▶원래는 정치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농업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농업의 살 길을 제안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노 대통령이 그걸 봤는지 차관급인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는데.
▶당시 제가 ‘농림부만으로 안된다. 농업의 40조원 예산을 식품의 110조원 예산과 결합해야 한다’고 해서 농림부가 폐지되고 농림수산식품부가 탄생하게 됐다. 이 조건을 들어줘야 장관직을 수락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 최고 식품이 발효식품이고, 그 뿌리는 소금인데, 소금이 광물 취급을 받고 있어 이를 식품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소금을 기초로 한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5대 한식을 수출하게 됐다.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국회 진출 계기는 어떻게 되나?
▶지난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불러서 ‘대통령의 뜻이니 전북도지사에 출마해달라’고 했다. 저는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당시 대통령이 저녁을 먹자고 하더라. 청와대 안가에서 술 한잔 기울이면서 ‘당신이 애국심이 있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부탁하는 것이다. 당신만이 지역장벽을 깰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제가 내려가야 전북을 돕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락하게 됐다.
-당시 전북의 상황은 어땠나?
▶전북에 내려갔더니 지지율이 4%정도 나왔다. 명함을 주면 한나라당이라는 사실을 듣고 소름 돋아할 정도였다. 그래도 열과 성을 쏟아서 18.2%를 얻었다. 이때 보니 제가 죽을 자리는 전북밖에 없을 것 같더라. 지역주의에 묶여서 1988년 이후 30여년 동안 한 번도 보수 국회의원을 배출해내지 못한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제가 20년 간 농업에 투자해서 이만큼 만들었는데 10년만 전북에 투자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전북에 10년만 투자하면 뒤집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서울 지역구, 네덜란드 대사 제안 등을 다 뿌리치고 도전했다. 2년 후엔 35%대 지지율을 얻었지만 떨어졌다. 6년 정도 하니까 진이 빠져서 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며칠동안 기도하고 고민하다 ‘된다! 된다!! 꼭 된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임한 결과 2016년 당선될 수 있었다.
-최근 호남 내 국민의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전북 지역은 이미 민주당 전반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여러 리스크에 대해 피로감이 큰 곳이다. 보통 도지사 선거할 때 나오는 지지율이 총선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지난번에 18%를 얻었고 전남도 그 정도를 얻었다. 호남 내에도 15~20%는 지지 기반이 있다는 뜻이다. 8%, 13% 수준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20%를 얻으면 그때 의미를 둬야 한다.
-새만금 2차전지 단지 선정 사업엔 어떻게 뛰어들었나?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저와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있던 친구다. 새로운 ‘김관영 시대’에 어떻게 할 것인지, 힘을 모으자고 했다. 30년 간 지역싸움을 하다보니 전북이 충남과 전남 사이 샌드위치가 됐다. GRDP가 충남이 124조원, 전남이 88조원인데 전북은 55조원이다. 1인당 GRDP로 보면 전북은 3100만원인데 충남은 5700만원이고 전남은 4950만원이다. 처음으로 생각한 것이 전북을 호남권에서 뽑아내자는 것이었다. 법적으로 특별자치도를 만드는 것밖에 답이 없다 싶어 여야 도당위원장과 도지사까지 3자가 뜻을 모아 5개월 만에 이끌어냈다.
GRDP를 극복하는 데에는 대기업 유치 밖에 없었다. 지난 3월 SK에서 1조2000억원, LG화학에서 1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32개 기업이 무려 6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더 끌어오기 위해 2차전지 특화단지에 공모신청을 했다. 후발주자였지만 우리에겐 미래가 있고 2차전지엔 새만금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야 협치가 2차전지 단지 선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여야 협치를 공식화한 것은 전북뿐이었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이 소통하고 김 지사가 수레를 끄는 도원결의를 한 것이다. 또 김 지사가 선정 사업 PPT를 발표할 때 본인이 직접했다. 도지사가 직접한 지역이 거의 없었다. 두 번째는 새만금이 지난해 투자진흥지구법이 만들어져서 3년 간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이 가능해졌다. 세 번째로 2차 전지 산단을 구축하려면 많은 부지가 필요한데 전북에는 광활한 부지가 있다. 충북 오송이든 울산이든 포항이든 10만평의 땅이 없다. 우리에게는 땅이 있었다.
한 총리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분위기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한 것으로 안다. 한 총리가 지난 6월 윤 대통령에게 ‘전북 새만금에 10년 간 1조5000억원 투자금이 모였는데 1년도 안돼서 6조6000억원, 총 4배의 투자금이 모였다. 윤 대통령 재임기간에 투자진흥지구를 만들고 규제를 풀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다. 2차 전지가 현재 전세계 시장규모가 300억 달러고, 2030년엔 3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된다. 지금 18조원의 규모라고 치면 2030년엔 180조 규모일 것이고,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시장 비율을 나눈다고 볼 때 이번 산업단지 선정으로 새만금은 50조원의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현재 전북 전체 총생산액이 55조원인데, 이를 2배로 올릴 수 있는 사업이다.
-새만금개발청에서는 후속대책을 마련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회에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 투자진흥지구를 만들어서 법인세 감면 제도를 만들 수 있다. 2차 전지를 확대하려면 R&D와 생태계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에 해결하려면 예산을 뒷받침해야 하고 항만이나 공항 같은 인프라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국회에서 풀어내야 할 몫이다. 신현주 기자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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