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부의 대물림' 가족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고?

심영구 기자 2023. 8.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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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가족기업의 혁신가치 창출 (글 : 조민수 한국외대 경영학부 객원강의교수)


가족기업을 바라보는 해외와 국내 대중들의 온도 차이

미국의 J.P. 모건과 뉴욕 타임스, 독일의 BMW와 머크 그리고 프랑스의 LVMH.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가족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포춘(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가족기업 비율은 37%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EY는 매년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가족기업을 선정하여 '가족기업 우수상'을 수여한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거나 내부 인적자원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외부의 전문성을 적절히 도입하여 혁신을 이뤄낸 가족기업들이 그 수상자들이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가족기업과 그 리더들이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의 모범 사례이자 지역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롤모델로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족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해 대체로 구시대적인 지배구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간 문제가 되어왔던 족벌경영 이슈 및 부적합한 구성원의 경영 참여와 사회적 문제 유발 등이 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전통적 가치를 계승한 가족기업이 국내에도 속속 등장하며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변화의 주인공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의 '가업가(가족기업가)'들이며 이들이 중심이 되어 가족기업 씬(scene)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가업가정신'으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레어로우의 철제 시스템 가구 / 출처: 레어로우 홈페이지

최근 철제 시스템 가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레어로우'는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훌륭한 품질의 제품으로 시장으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이 3대째 대를 이어온 가족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레어로우의 양윤선 대표는 '심플라인'이라는 모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며 레어로우를 기획하였다.

심플라인은 연 매출 200억 원대의 탄탄한 B2B 전문 철제 집기 제조사다. 하지만 B2B 시장에서 OEM 생산 및 시공이 핵심 사업 모델이라 사업의 주도권은 항상 원청업체가 쥐고 있는 구조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존중이 결여된 인식과 대우는 양윤선 대표 스스로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심플라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불투명해 보였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양윤선 대표는 내부의 회의적인 의견에 굴하지 않고 팀을 꾸려 레어로우라는 독립적인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레어로우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심플라인의 구조적 문제 탈피라는 사명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갔다.

결과적으로 레어로우는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이를 훌륭한 품질로 실체화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비교적 단시간 내에 B2C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레어로우의 성공적 시장 안착은 심플라인의 방식과는 완전히 분리된 사업 모델로써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레어로우에 대한 고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조직 내부로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었고 제품에 만족한 고객들의 후기는 동기부여 저하로 사기가 떨어져 있던 구성원들의 일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키울 수 있었다.

삼진어묵 베이커리 / 출처: 삼진어묵 홈페이지


'삼진어묵'은 원래 B2B 사업을 주로 하던 가족 기반 어묵 가공 공장이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박용준 대표가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부산 영도 봉래시장 뒷골목의 옛 공장 자리에 어묵 베이커리 오픈을 주도해 '부산어묵'으로 통용되던 일상재에 최초로 브랜드를 부여하였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하여 박용준 대표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다른 공장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의 어묵산업은 그저 부산어묵을 공급하는 수많은 공장들이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단순한 구조였을 뿐이다. 자연스레 업계의 주요 경쟁전략은 가격경쟁이었고, 판매경로와 시장은 공장별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어묵 베이커리 사업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개척에 성공한 삼진어묵은 수많은 경쟁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브랜딩을 통해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을 이끌어낸 것이다. 당시 박용준 대표는 변화를 원하지 않던 내부의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만의 장기적인 관점과 책임감으로 리스크를 기꺼이 짊어지고 사업구조를 성공적으로 혁신해 낼 수 있었다.

위처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는 가족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국내외 많은 전문가는 그 핵심 요인으로 '스튜어드십(Stewardship)'을 꼽는다. '스튜어드십'이란 쉽게 이야기하자면 '주인의식'이다.

흔히,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유와 경영이 통일된 가족기업의 오너 경영인은 자연스레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핵심적 가치를 대를 이어 지켜갈 수 있다.

반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일반기업의 전문 경영인은 '대리인(Agency)'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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