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고교 교사 흉기로 찌른 20대, 옛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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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0대 후반의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가 2시간 10여 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4일 대전경찰청과 대덕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 교사 B씨(49)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대덕경찰서 형사팀과 경찰특공대 등 200여 명을 동원해 추적에 나선 끝에 이날 낮 12시 20분쯤 대전 중구 유천동의 한 아파트 주변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가 붙잡힌 곳은 사건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7∼8㎞ 가량 떨어져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해 교내로 들어온 뒤 교무실을 방문해 교사 B씨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B씨가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해당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B씨를 흉기로 찌르고 학교 밖으로 달아났다. 사건 직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는 B씨의 상태는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3일 개학했다. 흉기 난동이 벌어진 이날 학교에 출석했던 학생들은 한때 교실에서 대기하며 불안에 떨었다. 학교 측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용의자가 검거될 때까지 학생들에게 교실 문을 잠그고 안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경찰은 일단 분당 서현역 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같은 동기가 없는 범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배인호 대덕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피의자 A씨가 피해자 B씨와 사제 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과장은 이어 “A씨가 붙잡힐 당시 가지고 있던 가방 안에 흉기가 들어있었다”며 “약물 복용 여부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보강조사를 벌인 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수업 중이던 교사가 교내에서 흉기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이 학교 3학년인 C군은 “변을 당한 선생님은 평소 수업도 재밌게 하고 학생들을 친근하게 대해줘 존경받던 분이다”며 “크게 다치신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일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교문 앞을 지키며 교사 B씨의 수술이 잘 끝나 빨리 회복하길 기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앞에 있던 한 학부모는 “교내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며 “아들이 ‘걱정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내왔는데도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인인 A씨가 흉기를 소지한 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학교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면서 학교 출입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의 ‘학생 보호 및 학교 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 관계자는 학교를 방문한 민원인에 대해 신분증을 확인한 뒤 일일 방문증을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A씨가 학교에 들어갈 때 정문에 있던 배움터 지킴이는 그를 학생으로 착각해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시교육청은 2018년 일과시간에 모든 출입문을 통제하고, 지정된 장소에서만 출입증을 발급 패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학교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교내 무단 출입자를 발견하면 즉시 출입증 교부 안내 및 퇴거 요청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거나 흉기로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단체에서는 “학교 출입 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은 “예산과 인력 지원을 통해 학교 입구에 자동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 등 출입 통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학교 전담 경찰을 두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교사노동조합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 내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교권 침해와 안전사고 발생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온 사안”이라며 “시 교육청은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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