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연필사건' 전화 확인···"학부모 폭언여부 수사 필요"

신중섭 기자 2023. 8.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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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담당·담임배정 본인 1순위 희망"
"정치인 가족, 해당학급 없는 것으로 추정"
"업무용컴퓨터 등 경찰 제출돼 조사 한계"
"문제 학생 스트레스·업무량 과다 등 확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및 자치조례 정비에 관해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은 서울 서이초 초등교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핵심 사건으로 지목된 ‘연필 사건’이 발생한 사실은 확인했으나 관련 학부모의 폭언 유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정치인이라는 이야기 등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조사 전에 이미 컴퓨터나 학급일지 등의 자료가 경찰에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안' 관련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서이초에서 발표한 입장문 내용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합동조사단은 조사 결과 숨진 교사의 학급에서 담임교사 교체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교사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이 아닌 나이스(NEIS)이며, 본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업무범위에는 시스템 관리, 인증서 관련, 나이스 관련 연수 등도 포함됐다. 1학년 담임 배정 역시 본인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

합동조사단은 고인의 담임 학급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안은 없었으나 소위 ‘연필 사건’으로 불리는 학생 간의 사안은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서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에게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유출되고 담임 자격 시비 폭언 등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합동조사단은 ‘연필 사건’ 발생 당일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한 사실을 동료 교원의 진술을 통해 확인했다. 숨진 교사는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해당 학부모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다만,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담임 자격 시비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거론됐던 ‘학급 내 정치인의 가족이 있다’는 의혹 역시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고 있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과 대조해 작성됐으며, 실제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인에게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며 무작위로 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숨진 교사가 수업공간 부족에 따라 비선호 교실을 사용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학급 내 부적응학생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실제 해당 교사가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도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후 서이초 측이 발표했던 입장문 초안에 있던 ‘연필 사건’의 내용이 학부모 요구로 누락되는 등 고의로 부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당시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서울시교육청의 재검토 요청에 따라 학교 측이 삭제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합동조사단은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한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고 교원 중 63%인 41명이 응답했다. 설문결과, 교사들은 담임 외 업무 병행과 과밀학급,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서불안이나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응답자의 70%는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했으며,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약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합동조사단은 학교 업무경감을 위해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을 도입하고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교권 보호’를 위해 민원처리반 도입과 악성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해서도 학부모의 책임 강화, 상담·치료 적극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학교 구성원의 심리적 어려움을 고려해 참여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진행됐으며, 합동조사가 방학 기간에 이뤄지고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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