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서이초 교사, '연필사건' 학부모 전화에 시달린 것 사실"

이호승 기자 2023. 8.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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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합동조사 결과…과도한 업무스트레스 확인
사건 당일 학부모가 여러번 교사에게 휴대폰으로 전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3.7.2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1학년 담임교사 A씨는 학급 내 학교폭력 사건 당일 학부모로부터 차례 휴대폰 전화를 받았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합조단)은 4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4일부터 4일까지 A씨의 사망과 관련된 언론 보도 내용, 서이초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입장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서이초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학부모의 계속된 전화 등 언론 보도로 제기된 의혹 대부분 '팩트'

합조단 조사 결과 학부모가 학폭 사안과 관련, 수차례 A씨의 휴대폰으로 전화한 사실 등 언론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학폭 사안은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지난달 12일 A씨의 학급에서 수업 중에 발생했다. 당시 B학생이 C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C학생이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사건이다. 다만 이 사건은 학교에 학교폭력으로 신고·접수된 사안은 아니었다.

이 사건이 벌어진 날 가해 학생 또는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여러 차례 A씨의 휴대폰으로 전화한 것은 사실로 밝혀졌는데 이 학부모가 A씨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된 경위, 통화로 담임 자격 시비 등 폭언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가 이 학부모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은 후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폰 번호를 학부모가 알고 있어 불안감을 느낀다고 동료 교사에게 말한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A씨가 학급 내 부적응학생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것도 사실로 밝혀졌다. 합조단은 "실제 학기 초부터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던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서이초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입장문 초안에 들어갔던 학폭 사건이 학부모 요구로 누락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서울시교육청의 재검토 요청에 따라 학교 측이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이초는 입장문에서 해당 학급 내 정치인의 가족이 없다고 했는데, 유명 정치인의 이름과 학교가 관리하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을 대조해 입장문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합조단은 실제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합조단은 "실제 정치인 가족이 해당 학급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A씨가 수업 여건이 좋지 않은 교실을 배정받았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합조단은 "(교실은) 무작위로 배정됐다"며 "다만 A씨는 수업공간 부족에 따른 비선호교실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A씨 학급에서 담임교사 교체사실은 없었고, A씨의 담당업무는 학폭이 아닌 나이스(NEIS)였으며, 이 업무와 1학년 담임 배정 모두 A씨의 1순위 희망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 서이초 교사 대부분 학부모 민원·항의에 시달려

서이초 교원 대부분은 학부모의 민원 또는 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조단이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전체 교원 65명 중 4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월 1회 이상 학부모의 민원·항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7회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6명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약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서이초 교원들은 △정서불안, 품행장애, 대인관계 불안 등 부적응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원이 부족하고 △담임 외 업무 병행, 과밀학급, 지나친 간섭과 막말 등 학부모 응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서이초 교원들은 교권 강화를 위해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해서는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밖에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해 학부모의 책임 강화, 상담·치료의 적극적인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고인의 업무용 컴퓨터, 학급일지 등이 경찰에 이미 제출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 차관은 "교육부는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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